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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산행
이름: 03 狂熊

등록일: 2004-07-12 12:11
조회수: 3691 / 추천수: 744

토요일에 죽도록 술 먹고 일요일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등산 정확히 말하면 입산을 했습니다.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가는 길이 제법 험했는데

세 시간 가까이 가니 정상 부근에 다다랐습니다.

거기서 더 이상 올라가지 말고 내려왔어야 하는데

처음 가는 산이었던지라 꼭대기 한 번 밟아보자는 어리석은 마음에

오르기를 강했습니다. 슬슬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바위들이 나타나고

저 앞에 정상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비까지...

더이상 흙은 보이지 않고 바위들만이 나타났는데

욕심으로 엎드리고 기어서 결국 바위를 탔습니다.

근데 왠 걸 바위타기는 점점 심해지고 우리를 도와줄 나무도 하나 없는

정말 거대한 바위 중간에 엄마와 제가 남게 되었지요

이 때서야 아차 싶어 우리가 잘못 짚었구나 싶었답니다.

결국 바위타던 아저씨들이 서너분 달려들어서 엄마와 저의 하산을

도와주었습니다. 다리는 후둘후둘 떨리고 눈 앞에 낭떠러지 때문에 자꾸

현기증이 나고 덜 깬 술 탓에 정신은 멍하고...

정말이지 어제 죽는 날인지 알았습니다.

아저씨들도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며 나무라는데

비도 와서 바위는 미끄럽고 바위타기는 처음이고...

어제 그 산악인들이 아니었다면 굴러서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드디어 바위를 내려와서 흙을 밟고 다시 몇 시간을

비 맞으며 내려오는 동안 엄마와 저는 연거푸 여기 절대로 다시 오지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답니다.

너무나 어리석었던 산행...

바위에서 만난 아저씨의 말이

"자연에게 덤비지 마라. 자연이 화나면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최근에 시작한 산행인데 슬슬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산행은 계속 되겠지만

이젠 산에 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왜 건방지게 등산(산에 오른다)이라 하지 않으며

단지 입산(산에 들어선다)이라고 해야 하는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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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희 2004-07-12 18:12:16

캬캬... 정말 고생했겠네. 산도 무섭지만 바다도 장난 아님^^;;; 산도 싫고 바다도 싫고...^^;;;
지리학에서는 요새 생태학적인 관점이 유행인데, 난 아무래도 환경결정론에 더 관심이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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