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내 경쟁 중에서 가장 심한 건 아마 누가누가 더 바쁘냐가 아닐까 싶네요.
다들 바쁜 시간 할애해서 하는 일종의 봉사인지라 어떤 강한 강제력도 부재한 야학이기에 이런 바쁨의 경쟁은 난감한 상황을 많이 연출하기 마련입니다.
야학의 보충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에서 진행됩니다.
주중에는 1교시 샘들이 7시까지 와서 미리 섭을 진행하고
4교시 샘들은 11시 경까지 연장을 해서 섭을 하기도 합니다.
주말이 되면 더욱 바빠집니다.
중학교는 6시부터 10시 반까지
고등학교는 4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약 100일 간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셈이죠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10시 반까지 공부하는 일은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보충의 필요성은 야학의 본질 및 정체성에 이견이 부분한 사람들이
모인다 하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갈 것 같습니다.
가장 강력한 동기부력의 힘을 지닌 검정고시를 통해 학생들이
강한 의지와 열정을 키움은 물론이거니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애쓰는
교사들에게도 강한 연대 및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이걸 지원하는 시스템이 적절하게 뒷받침해야 합니다.
이런 보충이 잘 이뤄지려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겠죠.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학생이 그렇지 않다면 교단에 선 입장에서
얼마나 힘이 빠지겠습니까, 반대로 잔뜩 추스린 마음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데
와야 할 교사가 오지 않는다는 건 정말 비극입니다. 비극~
이런 걸 상호 중간자적 입장에서 조율하고 독려하는 게 담임의 몫입니다.
정확하게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중간중간 확인을 해야 하겠지요.
이런 부분에서 류경숙 샘이 보여주시는 관심과 노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저희 고3반으로 이야기를 다소 국한시키면,
검시 보충 안내는 이렇습니다.
한 달 스케줄이 전월 말에 작성되어서 해당 선생님들에게 전자우편으로 송부됩니다. 그리고, 메일 확인을 메세지를 돌리고 반송되는 메일에 대해 새로운 메일을 알아내서 재송부합니다.
그리고 교무실과 교실에 보충 시간표를 붙입니다.
그러나 워낙 바쁜 분들이 많은지라 금요일 정도가 되면 주말 보충 안내를
문자로 알려드립니다. 행여 깜빡한 분들을 환기시키키 위함이죠.
언젠가는 금욜에 미리 연락을 안 드렸더니
주말 중 하루 1~4교시 모든 샘들이 자신의 보충 사실을 모르기도 하더군요.
헐레벌떡~ 땜빵을 구하기도 하고 그것도 여유치 않으면
학생분들이 자습을 해야하는 비극적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일에 가장 큰 책임을 느끼고 많은 반성을 하는 사람은 분명 담임일 겁니다. 자신이 일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한 탓에 붉어진 일이라는 부담이 크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담임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주말에 선생님들을 불러내야 하는 어려움 탓도 있지만 선생님들만 믿고 좁디 좁은 책상에 의지하여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의 모습이 선하기 때문입니다.
보충은 작다면 작은 것이고 야학의 본질적 목적 추구에서 한 발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이라는 곳이 보충이고 교실이고 야학입니다. 자발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그걸 도와주는 시스템이 삼박자를 이룬다면 이러한 보충이 훗날 시간이 흘러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 시간으로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이 잡기장의 지면을 빌어서나마
학생들을 대신하여
주말임에도 쉬지 못하고
빠닥빠닥 돌아가지 않는 담임들을 인내하며
어려운 보충을 해주시는 여러 샘들의 인고의 노력에
감사를 드리며
감히
한 말씀 더 드리면
올 여름까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수고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슬픈 소식입니다.
3~4월 검시 보충표가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추후에 공지하겠지만...
중3, 고3에 들어오시는 거의 모든 분들이 3시간씩 보충이 배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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