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실명 쓰기에 대한 의견 - 이상훈
이름: 이상훈
등록일: 2007-07-02 18:05
조회수: 3194 / 추천수: 763
안녕하세요! 저는 상록에서 고3반 담임과 수학 과목을 맡고 있는 이상훈입니다.
언제나 야학의 발전을 위해 힘쓰시고 고민하시고 행동 하시는 선생님들 볼 때면 숙연해 집니다. 이 모든 논쟁과 토의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홈페이지에 글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지만 꾸준히 접속하고 글도 읽고 사진첩도 보고 있습니다. 저도 상록의 한 구성원으로서 실명쓰기 논의에 의견을 말하고자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실명쓰기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달리 불리는 별명도 없거니와 또한 개인 필명 즐겨 쓰는 편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솔직히 필명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누군지 식별 할 수 없는 필명의 경우 그 분이 누군지 알고자하는 노력도 해보았고 물론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여러 의견과 생각들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실명쓰기의 강요 혹은 필명(익명이 아닙니다)의 자유로운 사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생각 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격식’과 '익명성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격식과 예를 갖추어야 할 때와 장소에는 어울리는 의복, 매너 있는 품행과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이고 자기 자신 또한 배려 받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때와 장소에 따른 실명쓰기는 하나의 에티켓이라 생각 됩니다. 상록식구 전체에게 알리거나 학교 업무에 관련된 글이나 게시물을 작성 할 땐 실명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됩니다. 이유는 일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상록식구의 무한한 애정과 관심과 인정을 받음에 있어 가장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본인의 이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지극히 개인적 생각입니다.^^ 존재, 이름, 호칭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은 본 논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개인적인 단상이나 애교와 친근감이 있는 내용을 전달 하고자 할 때는 필명을 사용하고자 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라 생각 됩니다. 또한 이름을 밝히기에 멋쩍다고 생각되거나 인터넷 보급 이래 죽 필명을 써오신 분에게 어찌 보면 낯선(?) 실명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 또한 개인 표현의 자유와 다수, 사회의 공익, 편의를 위한 ‘제도’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 됩니다. 때문에 필명을 사용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의도하지 않은 필명의 익명성 때문에 불편함 느끼실 수 도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필명을 통해서도 필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잘 알 수 있는 몇몇 분들은 필명뿐 아니라 동시에 실명의 공개를 충분히 해 오신 분이기 때문에 이 같은 실명제의 강행이 그리 반갑지 않을 수도, 아니면 대수롭지 않을 수 있다고 감히 생각됩니다.
필명과 실명 무차별 사용하여도 모두를 위할 수 있고 불편함이 없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다만 익명성으로 불쾌하거나 피해를 보는 상록 식구가 생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붉어져 나온 문제라 생각됩니다. ‘본인 알려주기’ 는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생각 됩니다. 필명만을 고집하는 분이라면 전혀 알 수 없는 필명이나 별명(타인으로 하여금 귀중할 수 도 있는 시간을 투자해야만 알아 낼 수 있는 그러한 필명을 말합니다)을 사용하실 땐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실명이 될 수 있고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요)를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내가 누군지 맞혀 봐라~’ 보다는 궁금해 하는 다른 상록식구들을 배려해 준다면 더욱 성숙한 상록학교로 거듭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만약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주고 싶지 않아 필명을 가장한 치졸한 익명성을 악용하고 싶다면 그것을 읽기 싫어도 읽어야 하고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어 불쾌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셔서 부디 삼가 주십시오. 일방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제공하는 것은 저는 과감하게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폭력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익명성의 폐해가 생기거나 상록 가족 간에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 또한 소외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실명제의 시행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허나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잘 알고 계시듯이 ‘본인 알려주기’를 통한 ‘배려’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의의 사용자와 상록식구들을 이렇게 수고스럽게 만드는 것이 실명을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부재에 있음을 통감 합니다. 실명제 원칙 고수의 입장에서는 필명이 자유롭고 창조적인 친근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음을 배려하고 실명제 반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의도하지 않은 익명성을 줄일 수 있고 때와 장소에 좀 더 어울리는 격식과 매너를 갖출 수 있는지를 배려한다면 논의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본인이 누구인지 쉽고 기분 좋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으니까요.
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박쥐같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럼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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