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보채더랍니다.
젖을 먹어 한껏 배가 부풀어 있던 갓난 아이가 또 젖을 달라고 보채며
얇은 뱃가죽이 터질듯 말듯 할때까지 젖을 빨더랍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지어주신 별명이 많이 먹는다는 의미의 '묵돌이'였습니다.
7년전 그날도 아직 생생합니다.
욕창과 노환이 겹치셔서 입원하신 할머니.
병원에서 '준비'라는걸 하라고 했었다는 말을 듣고
술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 할머니를 뵈러 갔었습니다.
병실로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끼시고
'웅식이가~'라고 하시는 할머니 손을 잡고
'빨리 일어나셔야 한다고...어릴때 외가서 자란 나를 많이 돌봐주지 못하신 대신
내가 낳을 아이....언젠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그 아이를 이뻐해주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안되는 투정을 부렸습니다.
제 말도 안되는 투정을 받아주신건지 할머니께선 건강히 퇴원을 하셨었는데......
기력이 많이 쇠하셔서
방문을 나서시다가 넘어지셔서 입원을 하셨습니다.
또 한번의 투정을 생각했었는데...
힘겹게 가쁜 숨을 몰아 쉬시는 할머니께
투정을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4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아들 다섯에 딸 셋을 고루 잘 키우신 그 분의 장례식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은 손님이 다녀 가셨고
그 많은 손님을 접대하느라
잠시나마 슬픔을 망각할 수 있었던,
손님을 치른고 난 잠시의 순간에 저 한켠에서 애절하게 울고 계시는 고모들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던 4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92세.
마지막으로 찾아 뵜을때
가쁜 숨을 몰아시고 계시는 할머니께
'어머님 야가 누군지 알아 보시겠습니가'라고 엄니가 여쭤보시니까
'웅식이 아이가..'라고 바로 대답하던 모습.
추석에 드린 봉투에 5만원이 든걸 보고 즐거워하시며
'웅식이가 내한테 5만원이나 주네...'라고 자랑하시던 모습.,,,
할머니와 보냈던 날들이 자꾸자꾸 떠오릅니다.
먼 곳에 가셔서도 항상 곱고 인자하신 모습 그대로
남기고 간 62명의 자손들이 지내는 모습 항상 인자하게 행복하게 지켜보시길....
기도해주세요
좋은 사람들의 바램을 할머니께 보내주세요
먼곳에서도 그 바램을 들으시고 그 곳에 계신분들께
자랑 하실수 있게.....
먼저 웅식샘의 할머니께서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힘드시고 마음이 복잡하시겠어요.
이 글을 읽으니 5년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막내 손자라고 절 유독 이뻐해 주셨는데....
제가 마지막 수능을 본 겨울에 저희 집에서 한달 잘 지내시고 시골 내려가시자마자
고모댁에서 넘어지셔서 다리가 부러지셨었죠.
다시 수원으로 올라오셔서 다리수술 받으셨는데 결국 기력을 찾지 못하셨습니다....
당시 시간이 많았던 제가 주로 간병을 했었는데 그 한달 동안이 그전 21년 기간보다 할머니와 더 가까워졌던
시간이었습니다. 너무나 짧았기에 더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네요.
웅식샘 힘내시고 하루라도 빨리 평소처림 기운쎈 천하장사로 돌아오시길 빌겠습니다.
야학이 이사를 해서 분위기가 많이 새로워졌습니다. 아직 정리할게 많지만요^^
어서 놀러오셔서 새로워진 야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정다울
2010-11-04 10:50:02
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웅식샘과 할머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마음이 참 훈훈해집니다.
할머님의 빈자리가 크고 시리겠지만 하루빨리 기운 차리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웅식샘이나 기백샘처럼 할머니와 정을 나눌 기회가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이렇게 진심어린 두 분의 글을 읽으니 저까지도 마음이 찡합니다.
분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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