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자원봉사
장 정 자
서울 동대문구 회기 전철역 옆 35주년 된 상록야학교가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배움의 때를 놓쳐 뒤늦게 머리가 반백 되어 못 배운 한을 끓는 용광로와도 같은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며 배우고 있는 이곳은 누구나 문을 두드리며 배울 수 있는 열려있는 상록야학당입니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신 최대천 교감선생님께서는 1976년 이문1동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실 때 중랑천변의 무허가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이 철거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오갈 데 없었고, 그중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다니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자 야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교이름도 심훈의 상록수에서 따와 늘 푸르라는 뜻으로 상록야학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문동 동사무소 2층에 비어있는 회의실을 이용해 7명의 교사진을 꾸리고 청소년 36명을 모아 학교 문을 열고 가르쳐 오다가 81년 휘경동 한 빌딩 지하층을 임대해서 학생들을 데리고 이전했다가 지금의 회기역 옆 상록야학에 정착한 것입니다.
수많은 학생들을 졸업시킨 이곳도 건물주의 희망에 따라 10월 말경에서 11월 초 사이에는 또다시 새로운 배움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 된다는 것입니다.
최대천 교감선생님은 학교를 처음 세울 때부터 35년이라는 세월을 상록야학에 정열을 쏟아 부으시며 학생들을 가르쳐 오시다가 얼마 전 목에 물혹이 생겨 성대수술을 받으시고, 학생들을 가르치진 않지만 학교를 오고가시며 요양 중에 계십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어 그 우렁찬 목소리로 다시금 학생들의 이름을 교단에 서서 불러주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박학선 교장선생님께서도 상록의 야학학생들이 진흙탕 속에 연꽃이 더 아름답게 피듯이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뜻을 이루고 못 배운 설움으로 움츠려 드는 인생이 아니라 멋지고도 당당한 인생을 살라고 만날 때마다 말씀해 주시곤 합니다.
고희가 훨씬 넘으셨음에도 30여년이 넘도록 매달 거액의 건물월세와 관리비를 아낌없이 쏟아부어주시고 계시기에 학생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그 언젠가는 학교건물 월세를 낼 돈이 없어서 사모님 결혼반지를 팔아서 내 주셨다는 일화를 들을 때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힘없고 그늘진 곳에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신 은혜로 상록 중·고등학교에서 배출한 졸업생만 해도 3천 명이 넘고 이들 중에는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사회곳곳에 씨를 뿌려 열매 거두며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는 선배님들이 많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들 비롯하여 40명의 선생님들 그늘아래 현재 150명의 학생들이 지도해 주시는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저녁 7시30분~ 10시20분까지 중학교(2년), 고등학교(2년) 과정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수업시간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국사, 기술가정, 음악, 미술, 한문, 도덕으로서 현행 과목이 모두 들어있고 상록의 푸른그루 교지는 편집부 상록의 시인으로 통하는 박용준 선생님께서 맡아주고 계십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모듬반으로 문예창작반, 컴퓨터, 영어, 한문을 각자 학생 취미대로 찾아가 배우는 것 또한 재미있는 공부 중에 하나입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행사인 수학여행, 백일장, 봄소풍, 인근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소리치며 뛸 수 있는 체육대회,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한마음 되어 동문회를 초청해 일일호프와 바자회도 열어 남는 수익금으로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사랑을 전하기도 하고, 한해를 아쉬워하며 보내는 상록의 송년의 밤과 4년을 뒤돌아보는 눈물의 졸업식이 있습니다.
또한 매년 4월과 8월에는 중학교 검정고시와 고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을 치르는 상록 중·고등학교는 정규일반학교 못지않게 훌륭하신 선생님들로써 그 어떤 대가도 없음에도 오직 교사의 사명으로 몸과 귀한 시간을 헌신하며 가르쳐 주시는 수업으로 그 어느 학교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실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등 뒤로 흐르는 땀방울이 학생들의 책갈피에 스며들어 적시어갈 때 검정고시 합격률이 90%이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저는 2009년 4월에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2010년 8월에는 고등학교 검정고시 조기합격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상록의 선생님들의 숭고한 숨은 봉사 정신이 없었더라면 못 배운 그늘을 가슴에 안고 그냥 그렇게 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학교만 졸업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합격하고 대학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은 현실입니다.
각각 주어진 과목을 맡으신 선생님들의 크나큰 사랑으로 학생들은 세상에서 맛보지 못한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긴 사다리 위로 한 계단 한 계단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밟고 오르는 무지갯빛 모습들입니다.
늙은 애벌레들의 꿈이 무엇인가를 잘 아시는 선생님들이시기에 상록학생 한 사람이라도 더 검정고시에 합격시키기 위해 온힘을 다하시는 그 뜨거운 열정에 녹을 수밖에 없는 우리 학생들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학교에 나와 공부할 수 있는 여러분이 행복한 사람들이라고요.
공부하고 싶어도 여건이 여의치 않아 끝내 꿈을 접는 사람들이 많다 하시며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나와 공부하는 것이 힘든 줄은 알지만 자신과 싸워 처음 학교에 찾아올 때의 그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뜻을 이루라고 하시는 선생님들의 말씀에 힘을 입어 내려덮는 눈꺼풀을 비비며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기도 합니다.
한 학생이라도 낙오될까봐 여러 가지 표현으로 격려해주시고 품에 안아주시는 선생님들의 직업도 다양합니다.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원, 은행지점장, 일선학교 교장선생님, 직장인 등, 이 중에는 1년에서 30년이 넘도록 야학교사로 바쁜 직장 업무에 시달리시면서도 참된 봉사에 헌신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그늘진 이웃에 등대같이 희망의 빛을 밝혀주는 우리 상록야학 선생님들이야 말로 세상에 숨은 봉사자들이 아닌가 생각하며 40명 모두 사회봉사 대상자후보로 추천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생각납니다.
< 저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中- >
이 시는 꼭 우리 상록야학 선생님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습니다.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사랑이 민들레 홀씨 되어 세상에 널리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장정자 -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자원봉사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상록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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