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던 날
손 정 애
“무슨 요일에 청소하기로 했어요?”
“아, 난 못 들었는데!”
“반장이 적어 갔는데.”
“어머, 그래요.”
새로 이사할 공간 청소시간을 정한다고 하기에 난 토요일 12시에서 오후3시까지 참여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우리 학교가 이사를 하게 되어 미리 가서 하는 것이다.
토요일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대충 집안일을 끝내고 시간 맞추어 갔다. 벌써 신소월 씨가 오셔서 청소 준비를 하고 계셨다.
염태선 선생님께서도 중1 교실을 함께 청소하기 시작했지만 여기 저기 할 곳이 많은 것 같아 약간 걱정이 되었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같이 청소에 합류했다.
염 선생님께서는 버릴 것들을 묶고 계셨다.
그런데 비질을 할 때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목이 매캐하고 온 사방은 뿌옇게 먼지로 찼다. 내가 입은 검은 바지, 모자, 가려지지 않은 얼굴까지 먼지로 덮였다.
염 선생님께 마스크를 준비해 드리지 못하고 내 것만 준비한 것이 미안했다.
마스크 하나정도는 더 여유 있게 준비하지 못한 내가 이기적인 것 같이 느껴졌다.
비질을 하시고 쓰레기를 마대자루에 담으시는 선생님을 보며 우린 열네 살의 중학생이고 선생님은 자상한 아버지가 손수 힘든 일을 떠맡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우리가 당연히 먼저 해야 할 일이야. 주부의 실력으로 우리가 다 해야 해.’
함께 지저분한 것을 마대자루에 담고 걸레질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먼지는 걷혔지만 아직 딴 교실 복도에서는 먼지가 많이 나고 있었다.
선배들도 각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왔다 갔다 걸레를 빨고 비질도 하고 인제 거의 되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선생님께서 창문을 떼어냈다. 알루미늄과 유리도 닦고 창틀에 낀 묵은 때도 닦고 또 닦고! 어떻게 묵은 때가 닦여질까 은근히 걱정까지 했는데 손이 무섭다고 정말 깨끗이 닦였다.
물걸레로 닦은 것을 마른 걸레로 몇 번씩 문질렀더니 정말 깨끗한 창문이 된 것이다.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청소, 전기손질 등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계셨다.
점심식사를 주시리라고 생각지도 않고 진로 마트가 바로 밑에 있으니 빵이나 우유를 사먹으려고 했는데 식권을 주시며 식사를 하라고 하셨다.
일을 하면서 먹는 식사시간은 선배님들의 얼굴을 익힐 수도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맛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초등학생인 딸을 데리고 오신 분도 계셨다.
우린 모두 함께 다시 일을 시작했다. 비누로 바닥을 닦으라고 했는데 우린 수세미도 비누도 준비를 하지 않았다. 옆 교실로 가니 선배님들도 열심히 바닥을 닦고 계셨다.
“저 미안하지만 비누와 수세미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네 갖다 쓰세요.”
편한 마음으로 가져다 쓰라는 표정, 얼마나 고맙던지! 다른 한 분 학생과 초등학생 아이는 걸레로 비눗물을 닦고 또 닦았고. 입학식,
졸업식 때 사회를 맡으시던 작고 약하고 가냘픈 선생님께서도 우리 교실로 오셔서 바닥을 열심히 닦아 주셨다.
여러 손이 합쳐지니 일도 재미있고 교실 바닥이 깨끗해 졌다.
교무실이 될 장소를 정연오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닦고 계셔서 가 봤더니 선생님께서 얼마나 박박 힘을 주어 닦았는지 닦은 자리가 눈에 띄게 깨끗한 것이었다.
힘이 없는 여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다.
“난 선생님 옆에서 하면 비교될까봐 못 하겠어!”
라고 하셔서 한바탕 웃었다.
다들 열심히 또 닦고 왔다 갔다 분주하고 힘든 청소 시간이었지만 하나가 되어 일하는 모습은 상록학교의 단합된 모습이었고 푸른 희망을 품은 상록학교가 앞으로 더 큰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청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은 뿌듯했고, 수고하신 선생님들의 한 분 한 분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맑고 청아한 하늘과 스쳐가는 바람이 너무 좋은 가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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