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에서의 교사의 역할
수학교사 김 찬 수
야학은 1910년 경 일제 강점기 시기에, 당시 차별 교육과 문맹 정책을 기초로 하는 일제의 식민지 교육에 대한 민족 교육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해방 후 야학은 사회, 경제의 모순 하에서 정규 교육의 기회를 잃은 계층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주어 정규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민중 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해 왔다.
그리고 현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배움이 늦은 이들, 혹은 뜻하지 않게 배움의 길에서 멀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자신감과 사회진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부여해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교육이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사회, 경제적 모순, 또는 개인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정규교육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 곳곳에서 못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교육 받을 권리'를 찾게 하는 동시에 그들과 서로 대화하고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하고, '더불어 사는 우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삶의 자세를 익히게 해줄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 야학의 목표가 아닐까 한다.
따라서 야학의 교사는 이를 실천하는 활동으로 심포지엄, 세미나, 인사를 초청하여 교양 강좌를 실시하며, 타 야학을 방문하여 서로의 문제점을 교환, 토론하거나 학생들과는 체육활동, 소풍, 특별활동 등을 통해 더욱 친숙해질 수 있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야학교사의 본질로 여겨진다.
하지만 감히 나는 이런 외향적인 역할보다는 내면적인 역할에 치중을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이곳 상록 야학에 몸담기 전 인문계고등학교의 영어교사로 몇 년 간 일 한 적이 있었다.
야학과 정규교육의 차이를 손꼽으라 한다면 그 중 가장 첫 번째인 것은 수업의 참여모습일 것이다.
정규교육에서의 학생들은 수업에 열중하거나 수업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는 데 있어서 다소 뒤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학교교육보다는 사교육을 더 선호하고 더 의존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과목의 특성상 선수학습 되어 있어야 할 배경지식들이 부족해서 학습의욕이나 동기가 뒤떨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야학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니 전체의 학생들이 수업에서 흘러나오는 그 어떤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서 수업에 열중한다.
여기에는 수업의 수혜자인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려는 자발적 의식이라는 요인 때문인 것 같다.
학교교육의 수혜자인 어린 학생들은 학교교육의 시스템에 어쩔 수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즉 체제에 순응하는 피동적 입장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학에서의 학생들은 배움이라는 권리를 찾아서 새로운 체제를 선택한 능동적 입장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수업의 참여도가 다른 것 같다.
그 두 번째 차이는 교육목적이라 할 수 있다. 정규교육에 있어서 교육목적은 교육수혜대상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교육에 참여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 교육과정이 끝나고 나서 더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수업을 받는 것이다.
더 쉬운 말로 하자면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야학에 있어서 교육목적은 현재의 학습욕구의 충족이다. 젊었을 때 정규교육에서 소외되어 배움의 권리를 다시 찾고자 하는 야학의 학생들의 연령은 환갑을 바라보거나 고희를 뛰어 넘는 정도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졸업장이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생활상에서 흔히 부딪칠 수 있는 영어로 된 간판이나 상표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아니면 새로운 지식들을 배워 알게 됨에 따라 얻게 되는 자기 만족감이나 자기 존중심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이 야학의 학생들에게 실질적 보상이 되며 현재의 학습욕구로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세 번째 차이는 학습의 기간이다.
정규교육의 교육기간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모두 해서 6년이다.
하지만 우리 상록야학에서의 교육기간은 중등야학 2년 고등야학도 2년 모두 4년간의 교육기간을 통해 중등교육과정으로 제공된다.
이러한 차이를 인식한 야학 교사라면 야학의 교사가 분명히 나아가야 할 길을 올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성인교육은 학습자가 무엇을 배우려고 왔는가 라는 기준에서 교육내용이 선정되어져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도 학습자들에게 단순히 검정고시의 내용을 획일적으로 주입시키는 교육보다는 학습자가 진정으로 배우기를 원하는 내용을 찾아서 학습자에게 외재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 시 끊임없이 학습자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며 학습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궁구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 그 지름길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는 학습자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학습자의 눈높이를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 수업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령대가 높은 평생학습의 수혜자들은 일반적으로 배워야 할 과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수학습의 배경지식이 덜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활성화 될 때 까지 준비기간을 충분히 갖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전해 주어야 할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 하거나 더 쉬운 말로 이야기하거나 하는 일들을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활동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야학에서의 교사는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계속 자극 하여 검정고시라는 목표에 도달했다 할지라도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형태의 학습에 참여함으로써 평생 동안 학습을 지속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평생학습이 옳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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