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 이그! 순진한 우리 반 식구들
윤 인 숙
나에게 엠티란 단어가 멀게만 느끼며 살았는데 50이 넘어서야 아니, 반평생을 넘기고서야 그렇게 말로 만 듣던 학교엠티다.
며칠 전부터 들뜬 마음에 잠을 설치곤 출근하였는데, 오늘따라 퇴근이 30분이나 지연되었다.
얼마나 마음이 바쁘던지 퇴근 후 떡집에서 떡을 찾아가야 하지만 늦은 퇴근에 전철역에 떡을 배달해 달라고 하고 부랴부랴 전철역으로 향한다.
그래도 마음은 마냥 행복하여 가볍고 즐겁다.
모임 장소인 청량리에서 담임선생님과 우리 반식구들을 만나 바로 기차로 이동하였다.
얼마 만에 기차를 타는 건지 서로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가다보니 어느덧 대성리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지정된 장소로 옮겨 맛있는 돼지 삼겹살 숯불구이를 먹는다.
어찌나 맛있는지.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한쪽에선 군고구마를 구워댄다.
먹어도먹어도 댕기는 군고구마. ‘음 이 맛이야.’ 실컷 먹고 있을 즈음, 선생님께서 선배님들 숙소로 모이라고 하신다.
‘와!’ 넓은 방이 펼쳐지고 각자 자기소개를 마치고 게임에 들어갔다.
숫자놀이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한마음이 되었다.
사회자가 중간중간 위트 있는 말씀으로 박장대소가 끊이질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은 내 자신을 보며 어찌나 재미있고 흥겹던지 이렇게 마음껏 웃어보긴 처음인 것 같다.
우리 반이 1등, 상품을 받아들고 반으로 돌아와 촛불을 켜고 자기소개로 숙연해진다.
점차 콧등이 시큰해지고 죽는 분위기 살리자고 다른 반 선생님들이 합류해 다시 흥겨워진다.
우리 모두 기분이 up되어 노래와 가무로 한참 지내다보니 새벽 두 시가 되었다.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박 모 선생님께서 대성리에서 한턱 쏘겠다고 해서 그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라나선 우리 반 식구들.
밖에 나와 하늘을 보니 왜 그리 많은 별들이 하늘에 보이는지!
친구와 함께 북두칠성을 찾아보며 어느 정도 걸어갔을까 박 모 선생님의 말씀이 “시간상 약속은 장담 못한다고!”
‘이그!’ 순진한 우리 반식구들은 그만 실망. 그래도 기왕 나왔으니 좀 더 걷자고 하기에 마냥 내려가 본다.
그런데 이게 웬 떡! 누군가가 캠프파이어를 하고 간 자리에 불씨가 보인다.
낙엽을 주어다가 불을 살렸다.
어디서 땔감을 잘도 구해오는지 마침내 대형 모닥불이 되어 한참을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체력이 체력이니만치 ‘이젠 끝나겠지.’
그렇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도 더 놀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새벽 4시 30분에야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즐거웠다.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 반 식구들이 참석을 많이 못해 섭섭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더 한층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고 아름다운 추억과 멋진 그날의 젊은 모습들이 내 기억에 평생 살아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넘치는 활력과 천사 같은 마음이 나에게 너무 과분하게 느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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