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感想) - 창작무용극 황진이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전년에 이어 올해도
전직교사 김신기 선생님의 협찬으로
2012년 4월 13일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작무용극 관람을 하였다.
김신기 선생님은 현재
서울시립연극단에서 배우로
20여 년간 근무하고 계신다.
재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어서
졸업동문 30명이 대신 관람한
<황진이>는 여류 시조시인이자 조선시대의 최고 기녀였던
황진이의 삶을 고전극과 현대극의 사이를 넘나들며 재창작한 무용극이다.
우리 전통정서를 가득 담은
음악, 춤, 시 등을 아우르는 황진이의 삶을
8부작으로 나누어 펼쳐졌다.
임이조 시립무용단 단장은
기녀이지만 온갖 기예에 능수능란한
경지 높은 황진이의 삶을 토대로
한국 무용예술을 승화시키기에
훌륭한 소재를 주제로 선택해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출연진만 50명이 넘는 대단위 공연에
김신기 선생님은 무대 전면에는 나오지 않으나
송도삼절의 하나인 서화담의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엮어 들려준다.
소극장 공연은 가끔 봐왔지만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의 웅장함에다가
잘 짜인 창작극이라 관객으로 하여금 감탄을 연신 토해내도록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열기를 더했다.
2장 송도장터를 공연하는 대목에서는
온갖 호화로운 무대소품들을 배치해
볼거리가 넘쳐났으며
무용단원들이 조선시대 의생활을 형상화한
호화로운 원색칼라와 백색의 조화를 적절히 재연해
장식한 무복이 보는 이의 눈을 현란케 했다.
몸으로 추어대는 아름다운 자태는
제쳐두고라도
모두 하나같이 잘 단련하고 숙련된 동작의 조화에서
학이 날아오르는 듯하고,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우람한 장관을 펼쳐내고 있었다.
압도된 관객들 누구한테서도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집중 속에
사진 한 장 찍을 엄두도 못 내고 말았다.
고전무용을 보이는가 하다가는
현대무용이 좌중을 붙들고 그러는가 싶다가도
그 둘이 혼합된 형상을 만들어 흔들어 댈 때마다
춤에 문외한(門外漢)이라 해도 숨 막힐 듯
무아지경에서 깨어날 수가 없었다.
어설프게 태어났지만
황진이만의 드높은 카리스마를
각고의 노력으로 갈고 닦아
천하의 명기로 날리고
문학적 소질과 소리와 춤의 솜씨를 골고루 갖추었으니
그 삶이 우리의 꿈이고 희망이기에
그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 뿐인가?
최고가 되려는 황진이의 투지는
지족선사를 파계승에 이르도록 하였고,
그 자신 명기로서 스스로의 직업의식이 강했던 나머지,
서화담을 찾아가 온갖 기예와 몸매로 마음을 빼앗으려 하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자 서화담의 제자로 들어간다.
자신의 고집만을 위하지 않고
정말 존경할만한 인물에게는
머리를 굽힐 줄 알았던 그의 겸양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얻는다.
가까운 예술문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상록인들에게
좋은 기회를 매년 제공해주는
전직교사 김신기 선생님의 마음은
그 춤사위를 둘러싼 비단보다도 빛나는 것이다.
지난 상록개교기념 일일호프에서도
바쁜 중에 들러 행사를 빛내주신 분이다.
이런 분들 하나하나가 모여 염원으로 쌓아올린 것이
상록야학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만에 창작무용극을 감상하고
화려한 색상과 동작과 규모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돌아왔다면 과찬일까?
우리같이 삶에 쫓겨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자주 이런 기회가 왔으면 싶다.
조금 여유가 된다면
직접 찾아가 감상해도 절대 아깝지 않을 무용극이었다.
| |
분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자료의 모든 권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