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 상록야학 검정고시
와이키키 나들이
고 26회 이 정 애
야반도주하듯 계획 없이 보따리를 주섬주섬 싸들고
가족여행을 대천으로 떠났다.
그냥 바닷바람을 만나고 싶다는 아들의 제안에 이구동성으로
“가자!”
하고 떠난 길이었다.
두 시간 정도 달려 간 그 곳에 허름한 민박을 잡고
조개를 구워 먹으며 도란거리다
밤바다를 보는 것을 잊고 자버렸다.
모두 엄청 피곤했나보다.
새벽, 눈을 뜨니 화사한 햇살이 어찌나 맑고 청량한지…….
‘이 맛에, 이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구나!’
시간을 아낄 욕심으로 싸 들고 온 달랑무와 찬밥을
컵라면에 말아먹고 일찌감치 바다로 나갔다.
지평으로 맞닿아 열려진 바다.
펼쳐진 모래벌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한껏 맞는 마음은
“아 좋구나!”
아들과 풍덩! 파도에 슬려 뒹굴고 뒹굴고
떠다니는 나를 영상에 담느라 딸내미는 더욱 바쁘다.
“어! 흥겨운 팝송이 흐르네.”
저 건너를 바라보니 이방인들이 행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호기심이 발동! 말도 없이 달려갔다.
그들이 하는 영어가 얼마나 들릴까 해서였다.
흑인, 백인으로 구성된 군인들과 아가씨들이
비치볼, 럭비, 훌라후프 등 각자 특기를 자랑하면서
그야말로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처럼 리얼하다.
DJ 한 분이 음악과 게임, 해설, 사회까지도 맡아
행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평택 미군부대에서 천 명의 군인들이 왔다는데도
조금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질서 있게
각자 하고 싶은 종목에 참여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다.
그 질서정연함이 부러웠다.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되는 모양이다.
날씬한 비키니차림으로 검둥이 아가씨들의 넘치는
건강미를 한껏 발산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샌드위치 속에 갖가지 다른 내용물을 넣어 찾아내며
먹기놀이를 하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진을 치듯 모여 박장대소하며 흥겨워 한다.
자유분방한 그들의 놀이 문화를 닮고 싶었다.
일할 때는 일할 때대로, 놀 땐 놀 때대로
열정 흐르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는 대로 흐르는 물처럼
굽이굽이 혈을 뚫어 순환되는 피톨의 형상을 내게 느끼게 해주는 삶 모습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사는 것 같았다.
놀다 배고프면 작은 접시에 필요한 만큼 담아 들고
한적하고 여유롭게 먹고 마시며 즐길 줄 아는 문화,
우리도 곧 그렇게 될 거야! 선진국 대열에 끼었다고 하니까!
먼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버금가는 여행이었다. 야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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