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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운 여름밤- 한창순(161)
이름: 고릴라

등록일: 2013-10-16 08:11
조회수: 3070 / 추천수: 836

시(詩)
그리운 여름밤
한 창 순

온 마을 온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 뵈든
높은 언덕 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집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던 여름밤

흙내음 싱그런 마당에
멍석을 펼쳐 깔고
바람세 좋게 마당 한쪽
쑥대 모깃불 모락모락
텃밭에 톡톡 여문 옥수수 감자
따끈따끈 쪄놓고
온 가족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야기꽃 피웠지요.

늘 마실 오던
이웃집 햇간아버지
구수한 옛날이야기
재미있게 듣다보면
여름밤은 아쉽게도 짧았지요.

우리 형제들
나란히 누워 별들을 마주하고
정답게 별별 이야기 다 나누며
별을 헤었지요.
맑고 청량한 고운별들
보석처럼 반짝이던 이름 모를 별들
북두칠성은 북쪽하늘에 또렷했고
은하수
비단 폭을 펼쳐 놓은 양
아름다웠지요.

무수히 많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싶고
가끔은 별똥별이 꼬리를 길게 달고
떨어져 사라지는 것을
보며 꿈에 빠져들었지요.

참으로 그때가 그립습니다.
40여 년 전 그 때 그 고향집
그 때 보았던
아름답고 선명한 별들은
볼 수가 없어요.

전등불에 묻힌
무색한 별들이 희미할 뿐
하늘이 탁하게 내려앉고요.
가슴은 덩달아 안개 자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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