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스승
유 제 연
어려서 엄마로 받은 상처를
두고두고 새김질하며 못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이 안타깝다.
어차피 흘러간 일이지만
엄마 젊은 시절에는 어린 나와 동생을
모른 체 하며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신 것이 많이 원망스러웠다.
나중에라도 너희들 도움 안 받고 살겠다던 엄마는
결국은 치매까지 걸리신 채 막내딸인 우리 집에 살고 계신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엄마가 말만 조금 시켜도
쉽게 짜증을 냈고, 조그만 실수를 해도
소리부터 지르기 일쑤였다.
엄마가 내게 준 상처를 곱씹어가며 합리화시키며!!!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내게 건넨 한마디.
“엄마는 할머니 싫어?”
순간 내 머리를 딱 때리며 일깨워 주는 소리,
고마운 말이었다.
그때는 대답을 못하고 웃음으로 때우고 넘어갔지만
나를 많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조건 밖에 나가 운동하라고 강요만 했다.
솔직히 자리보전 하실까봐 겁이 나서
운동을 강요했던 것이다.
그라면서 직접 함께 해준 적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또 직장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더더욱 못해드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그날로 엄마를 모시고 동네를 몇 바퀴 돌며
위로의 말도 해드리고 소통은 잘 안 되지만,
최대한으로 이해하려 하며 다가갔다.
운동을 하며 소변이 자꾸 마렵다고 하길래
좀 참으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엄마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속옷에 지리면 냄새나잖아!”
엄마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구나! 처음 알았다.
치매라고 무조건 무시하려했던 내가 너무 무지였다.
연세가 드시면 소변 참기가 힘들다는 것도
이해 못한 채 참 내가 한심스럽기도 했다.
이 마음도 추스르기 전에 또 한마디 하셨다.
“내가 길을 몰라서 멀리 못 와.
그리고 혼자 다니면 무서워! 여긴 어디지?”
내 눈가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왜 이리도 엄마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을까?
엄마 마음을 조금도 헤아릴 생각조차 안았던 나는
나쁜 딸 몹쓸 딸 그 자체였다.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는가?
오늘부터라도 마음 정갈하게 노력하며
살도록 최소한의 후회가 없도록 할 것이다.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일깨움을 준 우리 아들을 나는 존경한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아. 고마워!
앞으로도 모두 건강하고 보람차고 행복누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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