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검시를 논하다 Ⅰ
사상누각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자
국어교사 박 용 준
“예, 저희 야학 학제는 중학교, 고등학교 각 2년씩이고요,
주 5일제에 국경일도 쉽니다.
일반 중,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게 되며 졸업장은 있어도
정규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보아야합니다.
아울러 저희는 학원이 아니고 학교형태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검정고시에는
입학해서 2년차 4월부터 시험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학생모집 시기에 입학문의 전화가 올 때 답변하는 말이다.
우리 학교는 학교 규정에 의해
중학교, 고등학교 공통적으로 2년을 다 채우는
3학년 1학기 4월에 1차 검정고시 시험을 보도록 지도한다.
단, 담임이 부득이하다고 판단되는 10대들의 또래들과
상급학교 진학사항에 맞추기 위해서나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하거나
취업에 긴급히 사용되어야 한다고 판단될 때 시험응시를 허락한다.
그것도 학급의 기존 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해서
동기들 수학에 위해요소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다는 아니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조기 검정고시 응시에 대한 교사나 담임들의 책임 있는 관리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미리 검시용 문제지를 수업용으로 풀어주고,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을 만류하거나
학교행정에 따라달라고 설득하는 부분이 적어 보인다.
이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후배들이 들어와 공부하고
가르쳐야할 상록에서 규정을 왜곡하고,
자칫 질서를 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이다.
선배들의 절제되지 않은 검정고시 응시의 모습을
후배들이 덩달아 따라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학교의 제도적 근간을 무너뜨릴까 염려된다.
조기 검정고시 응시가 무엇 때문에 위험한가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어 말해 보겠다.
반 학생의 일부든지, 전부든지 중학교나 고등학교 1년차(1학년 2학기)가
시험에 응시를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첫째, 미응시 자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자신 내심 월등히 수업을 못 따라가는 것처럼 생기는
괴리감으로 급격한 갈등이 생긴다.
졸업 후 개인적 자리에서 이런 종류의 고민을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이다.
둘째, 과목 부분합격이든지,
전 과목 합격이든지 학생들이 합격을 하면
학교를 떠나게 되어 반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아니면 적극적으로 수업에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합격한 과목에 집중을 해주지 않게 된다.
저절로 등한하게 된다.
그러면 담당교사는 과목수업을 어떻게 어디에 기준을 두고
수업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그 합격생들의 숫자가 많을수록 문제는 심각하게 된다.
셋째, 눈치껏 먼저 응시한 학생이 있으므로
같이 한반에 앉아 공부를 하고 학급을 위해 똑같이 걸어온
나머지 학생들의 소외감이 문제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학교 행정에만 따르던
학생들이 손해 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넷째, 진 길이나 마른 길이나 2년간 묵묵히 수업을 마치고
시기가 되어 시험에 응시한 3학년 선배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고려해보자.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1학년들이
자신들과 같이 앉아서 시험을 본다는 것에 큰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다섯째, 중 1학년 차에 합격을 한 학생을,
고1 신입생 반에 중3 졸업생과 동시에 입학시켜야 될 상황에 놓이는 문제이다.
선배로써 후배랑 같은 동급반이 된다는 것은 과히 즐거운 것이 못된다.
실력이 월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에도 이런 문제발생시 교사회의에서 협의와 협의를 한 끝에
상록에서 받지 않고 다른 학교로 입학을 권유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눈물겨운 결정이었다.
그러므로 신입생 모집할 때, 상담을 통해서
어느 정도 수업을 한 경험이 있거나 실력이 뛰어난 학생은
가급적 상급반(검시반)에 편입시키자.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상록학교 검시제도를 이해시켜
기초부터 사상누각(沙上樓閣)이 아닌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서
2년차 제 때 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부득이한 학생들은 담임이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응시를 도와주면 되겠다.
이렇게 체계적인 수업을 지도해서 2년이 지난 뒤
영광스런 졸업식으로 학생들을 인도하고,
학생들도 검정고시가 인생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못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튼튼하게 해서
자기 가치관에 따른 학업을 이루고,
사회 어디에 나서서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쌓고 자긍심을 함께 가지도록 하기 바란다.
이에 앞으로 담당하는 각각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학생들은 학교의 학제를 따라 영예롭게 졸업하도록 하기 바란다.
상록에서 과거에도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공방은 있어왔다.
조기 응시가 연령이 높아진 상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다.
하지만 학제를 바꾸면 모를까,
엄연히 학제가 있으므로 학제에 따라야 한다.
과거의 결정처럼 검정고시는 학교 제도에 따라
순리적으로 응시하는 게 좋으므로
그에 따르도록 하자고 결정되곤 했던 것을 상기하자. ♧
| |
분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자료의 모든 권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