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강화도 기행
모래 벌처럼 고인돌과 비문과 대포를 품은 돈대가
수도 깊이도 알 수 없이 많은 강화도,
여흥으로, 맛으로, 역사를 찾아 떠나기에 좋은 곳이 전국에 어디 또 있으랴!
고려항쟁의 격전지,
한말의 서양열강들의 각축전이 벌어진 곳,
조선왕실의 피난처이기도 했던 파란만장한 장소,
내외 침입에 맞서 항전했던 유서 깊은 곳 강화도를 찾아본다.
교지 푸른그루 취재차 재학생과 졸업생 18명이
6월 22일 따뜻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강화도로 접어들었다.
강화대교 하단에 쳐놓은 그물망을 통해
남북분단의 현실을 통감하면서 저 철조망과 강물 속
그물망이 사라지는 그날을 떠올려 본다.
강화대교 초입 좌측에 위치한 갑곶돈대로 들어선다.
입장료 1100원 따라다니는 몸값이다.
강화도 곳곳에 산재했던 여러 역사가 아로새겨진
비석들이 한군데에 모여진 비석군을 볼 수 있다.
나라의 난세를 지켜준 만큼 이 자리를 지키려던 수많은
영웅호걸의인들의 이야기가 새겨져있으리라.
고려 당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곤장이 백 대,
남의 물건을 훔치면…….” 등
백성을 훈계했다고 설명이 있는 비석도 보였다.
화포에 탄환이 실리면 화약에 불을 붙여 서양세력에 대고 쏘았다는
대포 비록 누란지세(累卵之勢)였을지라도 우리 힘을 알리는 역할을 했음이다.
좀 더 작은 소포가 있고 이 포들을 배치했던
포좌들 사이로 길게 이어진 성벽을 만날 수 있었다.
강화도에는 이곳을 포함하여
초지진 등 53개의 돈대와 진이 있었다고 한다.
많은 수의 진과 돈대가 과거의 모습으로 정비되고 있었으며
그 역사는 여기저기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운요호사건 때 그 배에서 우리 진에다가 대포를 쏘아댔는데,
그 중 몇 발은 성벽이나 소나무에 큰 상처를 남긴 채 옛 전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초지진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대왕소나무는
200여년 역사를 밑둥치에 울퉁불룩한 옹이를 만들어 보이고 서있었다.
벌써 이른 더위가 서서히 우리의 등덜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어 우선 배를 채우기로 하였다.
강화의 여러 특산물이 있었지만
속 좁고 마음 좁은 밴댕이 속이랐던가?
우리는 밴댕이회에 민어매음탕으로 허기를 지웠다.
잘해주겠다는 주인의 말과 간판 이름만 믿고 갔다가
우리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에 오면 이것은 꼭 맛봐야한다면 주섬주섬 차려다 준
음식에 밑반찬도 시원찮고 먹다먹다 남길 수밖에 없는
많은 양으로 주머니만 털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뱃속에 든 것 어쩌겠냐는 둥,
다시는 이곳은 들르지 말자고 하는 등 쩝! 일어섰다.
다시 동막해수욕장으로 Gogo!
드넓은 갯벌은 이미 관광객들의 차지가 되었고,
좌우 도로에는 차량들이 도열해 서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백사장으로 들어선 우리들에게
갈매기들이 모여들어 반기고 있었고, 서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개흙이 깊고 모래가 쓸려나간 동막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이라기보다 그냥 갯바위 듬성듬성 나열한
바닷가일 뿐 물도 아주 맑지 않아서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모처럼 바닷가와 만나 불어오는
서해바닷바람을 맞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으렷다.
다시 이동하여 즐비하게 심겨진 고구마 이랑을 곁으로 하고 달린다.
갯벌을 막아 농토를 했기에 지역에 비해 논농사도 많이 짓는다.
곳곳에 잘 닦여진 나들잇길에는 매실, 감, 유실수들이 푸르다.
조금 더 달리니 산골로 접어든다.
작은 섬이지만 육지와 다를 것 없이 있을 것은 다 있다.
숲이 깊고 산이 높아 포근하고 시원한 마니산이다.
그늘이 드리워진 휴양림과 텐트촌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함허스님이 기거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란다.
등산로입구에 정자 밑에 자리를 깔고
가져간 과일과 음식을 펴놓고 맑은 공기를 친구하니
어느 누구도 먼저 일어서자는 사람이 없다.
재담꾼 우리 남행자씨의 구수한 입담으로
배꼽을 잡고 웃음을 멈추지 못하던 일행은
한낮이 겨워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일정이 짧아 내내 아쉽게 살피지 못한 곳이 많다.
물론 지난번 졸업여행 때 들러보았던 곳이기도 해서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탐방객이라면
강화 역사박물관과 고인돌유적지,
그리고 고려궁 외장규각 등에 들러서
우리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운동을 삼는다면 마니산 참선단에도 올라보고,
일정이 유하다면 석모도에 건너가 보문사도 돌아보면 좋겠다.
마니산 자락에 있는 전등사도 살펴보기엔 좋은 장소지만
단순히 들러보려 한다면 비싼 입장료와 주차비가 부담스럽다.
전등사에는 많은 사찰의 누각들과
우리 역사만큼이나 묵은 나무들이 도열해 서서 반기는 곳이다.
요즈음엔 신초지대교가 강화도 남단으로 들어서 있어서
교통도 전처럼 많이 막히지 않아 자가용으로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둘렛길도 많이 개발해두고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섬을 일주하는 버스가 있어서 둘렛길을 이용해도 좋겠다.
버스는 여객용이지만 관광객에게도 코스별로 들러 볼 수 있도록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두어 운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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