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
하고 싶은 말
박 근 옥
선생님!
봄의 꽃향기 가득한 공원에서 열리는 우리 학교 백일장입니다.
선생님, 저를 중학교 보내주시려고
눈보라 치던 날 선생님의 손잡고 눈 모자 쓰고
선생님 발자국 따라 쫄랑쫄랑 행복의 날개를 폈던
그 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오십오 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때 그 소녀가 할머니학생이 되었습니다.
중학교에 못간 한이 맺혀 이 나이에서야
선생님 뜻에 따라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많은 사연 웃으면서 말하고 싶었는데,
“근옥아, 얼굴 한 번 볼 수 있을까?”
그 말 한마디 남기시고 가시면 저는 어떡하라고요.
그날 눈보라같이 오색 꽃잎 속에
선생님의 모습이 영화필름처럼 돌아가 아픈 마음 적어봅니다.
선생님께서 하늘나라 가셔서 중학교 보내주셨나 생각해봅니다.
선생님 그날에 행복을 잊지 못하고 그리움만 쌓여갑니다.
선생님 전 상록학교 선생님들의
희생과 사랑에 은혜를 입어 어떻게 갚을지 마음만 무겁습니다.
선생님 옛 모습이 꽃잎 사이로,
싱그러운 푸른 잎 사이로 구름 따라 스치어 가십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말 없는 그림자일 뿐…….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전설되어 고향의 산모퉁이에서 잊혀가네요.
선생님, 오 년 전 스승의 날에 찾아 뵈웠을 때,
무엇이 그리 바빠 밥만 먹고 왔는지요!
천 만 년 사실 줄 알았던가요?
물질적 보답으로 마음 편할 줄 알았는데,
잊으려 했는데,
그 무엇으로도 어린 마음에 행복도 슬픔도 잊을 수가 없군요.
선생님, 인생은 후회의 반복인가 봅니다.
“근옥아, 얼굴 한 번 볼 수 없을까?”
그 말씀은 떨치지 못할 무거운 귀머거리로, 영원히…….
혹시 하늘나라 가서 용서를 빌고 떨칠 수 있을까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여자도 배워야 돼!”
눈썹에 눈이 녹아 고드름이 되던 그 추운 날
걷던 생각을 하면 주저앉다가도 용기 내어 일어납니다.
선생님 편히 쉬세요.
못난 제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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