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재단 감사편지
천둥번개 뒤에는 햇살이
심장재단 선생님들! 후원자 여러분. 정말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우리 큰아들 영빈이가 재단을 통해
“수술받기까지라는” 첫 번째 감사편지를 2003년 봄에 보내면서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또 편지하겠다던 말을 이제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손꼽아 보니 11년 만에 두 번째 편지를 쓰게 됩니다.
큰아들은 수술당시 학생이었기에 공부와 학비벌기를 병행하여
앞가림 하느라 정신없고 저 또한 공휴일 명절도 없이 주간일,
야간일 누가 일만 시켜준다면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가뜩이나 아빠 없는 애들 앞에 밝고 강한 엄마모습 보인다고
하느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아프게 비쳐진 건 아닌지!
97년 그 당시 47세이던 저에게 남겨진 건 두 아들과 가난이었습니다.
아빠에게서 애들에게 남겨진 것은 유언장 같은
“생활수칙 10가지”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인제 아빠가 세상에 없더라도 10가지 수칙대로 살아가라고!
엄마가 먹을 것을 주면 먹기 싫어도 먹고, 동생 잘 돌봐줘야 한다”고
아빠가 약수터에서 당부를 했다합니다.
다음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애절한 약속을 하던 남편은
지금도 내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그때는 그런 남편을 그저 꿈처럼 보냈습니다.
애들은 얼마간 종이에 적힌 10가지 수칙대로 말을 잘 듣더니만
하루는 일 다녀와 보니 벽에 붙여놓은 글귀가 바뀌었습니다.
“10번해서 안 되면, 100번해서라도 꿈을 포기하지 마라”였는데,
“10번 해서 지면, 100번 해서라도 게임은 이기라”고 써 놓은 걸 보았습니다.
그래도 두 아들은 10가지 생활수칙을 마음에 새기며
아빠가 그리울 때마다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것처럼 살았던가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큰아들은 아빠가 그러셨던 것처럼 일요일이면 동생 데리고
목욕탕 가기를 지금까지 하는 걸 보면 기특합니다.
군에 간 동생 휴가 올 때도, 명절에도 한결같답니다.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고작 두 살 터울인데도 형이라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끝이 안 보일 것 같던 날들이 지나고,
2014년 2월 20일 막내까지 학업을 마쳤습니다.
전공분야에서 일하려고 지금 연수중이고요.
큰아들도 전공분야에서 일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렸어요.
장래 희망이 아빠 되는 거라더니 7월이면 둘째 손주가 태어날 예정입니다.
저 또한 회기동에 위치한 경희의료원 심장혈관내과에서
새벽에 청소일을 하면서 저녁엔 상록야학에서 현재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입니다.
이제 우리 집도 물질이 아닌 정신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소식지를 접할 기회가 있습니다.
소식지 읽을 때마다 저와 같은 막막함을 겪는 가족사연을 접하면서
그분들에게 감히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세월을 살다보면, 천둥번개도 있고, 소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가 그치면, 반드시 밝은 햇살이 비친다는 것도
우리는 눈으로 보고 이해하며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분들 같은 아픔을 겪을 때,
후원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견디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처음엔 후원하시는 분들이 부자이거나,
돈을 쓰고 남아서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나와는 분명 다른 계층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소식지를 보면서, 커피값 아끼고 사고 싶은 것 참고
알뜰한 정성과 순수라는 향기가 모아져서 멈춰가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여 생명을 살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참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성냥골만한 불씨 하나 들고 저도 후원자 여러분들 대열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이에 저만치 앞서 가시는 여러분 맨 뒷줄에 서서 따라 가겠습니다.
이런 날을 얼마나 고대 했던가요! 바로 지금입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그분들을…….
세상에는 남몰래 드러나지 않게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은
분명 누군가의 은인이시지요!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 은인은 바로 여러분이시기에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주책없이 또 눈물이 납니다.
요즘, 나이 탓인지 눈물이 많아졌어요.
두서없이 쓴 글 부끄럽습니다.
더 쓰면 주착이 샐까봐 여기서 필을 놓겠어요.
2014년 3월 20일 여러분을 많이 사랑하는 영빈 엄마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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