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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상록학교는 30년의 긴 역사 속에
어떻게 이러한 교육의 기본 이념을 훌륭히 지켜온 것일까?
상록학교는 주류 학생 계층의 변화와 교사들의 특성 변화 등을 겪었으며,
주 5일제 수업 도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능력 있는 교사들의 살신성인의 노력과
헌신적인 학생들의 노고가 만나 요구된 변화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90년대 초반까지 청년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소위 노동야학의 기치를 내걸었던 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진보적 인격 형성의 요람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동시에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신기루를 찾아 나선 이들에게 희망의 오아시스가 되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너무나도 낯선 도전이었을
주 5일제 수업의 도입은 그 시대 상록학교를 이끈
이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성과이다.
요컨대 상록학교가 세월의 나이테를 더해가며 이룬
우수한 성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그러한 과거가 있었기에
상록학교가 명실상부 현존 최고(最高)의 야학이 될 수 있었다.
현재에도
상록학교는 끊임없는 변화를 수용하고자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는
상록학교가 검시 야학화 되어가는 경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현상이다.
처음부터 학생들이 검정고시 합격을 목적으로
상록학교에 입학해서인지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야학 수업을 검정고시 성향으로 몰아가서인지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이러한 논란은 참교육이 과연 무엇인가
고찰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참교육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내 자신의 완성을 위한 '위기지학'이지
사회와 남들의 조건을 따라가기 위한 '위인지학'이 아님이 분명한데,
졸업이 가까워지는 학급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미 상록 학교가 검정고시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생긴다.
실제 학교와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동회와 소풍 그리고 백일장 등, 그리고 수능시험을 앞두고
비중요 과목 시간을 줄이고 자율학습 및 중요 과목 보충을 실시하는 것까지
똑같이 체험 시켜야 하는 것일까?
검정고시라는 현실을 간과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검정고시가 상록학교 내 교육의 처음부터 끝인 것처럼
곡해하지 말고, 검정고시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되
상록학교는 검정고시 학원이 아니라
위기지학의 참교육을 실현하는 신성한 곳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상록학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교사들의 특성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젊은 대학생 및 직장인들이 수적 다수를 이룬다는 점에서
과거와 외형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교사들이 과도하게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고 있는 주체들이라는 점이
상록학교 교사 집단 내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고 있다.
즉, 무한의 경쟁에 노출된 채 정신없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의 교사들과 같이 유기적으로
강한 집적효과를 발현 시키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원하는 교사의 수는 증가할지언정,
상록학교의 실무를 감싸 안고 살림꾼이 되는 교사들이 없어서
풍요 속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의 특성을 과거의 잣대로 의욕이 모자람이니
교사들의 의식이 부족함이니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과거와 같이 몇몇 개인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전제된 체제로는 '요즘 사람'을 활용할 수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
상록의 우수한 일꾼들을 유기적 구조의 일원으로
기능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요즘 사람'의 특성을 반영한
구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상록학교도 다양한 교사들의 의견과 특성을
수렴시키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고,
만약에 이에 실패한다면 다원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에 역행해
소수에 일이 과중 되며, 결정권이 몇 사람에게 넘어가는 과오를 범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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