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의 비애
이 현 주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잠시 담배한대 물어볼 시간도 없이
쌓인 일거리에 지치고 고달프다.
그럴 때면 으레 우리 학교가 생각난다.
국립박물관 후원에서의 백일장,
닭싸움이나 단체 놀이 등
엉키어 부대끼던 체육대회,
고즈넉한 밤에 서로의 고뇌를 토로하던 엠티,
울긋불긋 단장하고 선후배 흥겹게 만나던 상록의 밤,
가슴 콩당콩당 기대되는 송년의 밤까지!
게다가 정이 든 누님, 형님, 아주머니들을 뵈울 때 더 학교생각이 난다.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다보니
매번 눈치를 봐야하는 직장생활,
특히 일이 넘쳐날 때마다 등교 시간이 빠듯하고 벅차다.
직장에는 나 말고도 일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직원들이 더 있다.
그런데 그들은 대학교를 다닌다.
그들의 뜻이 사장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제 시간에 맞추어 제딱제딱 잘 간다.
하지만 중학생인 나는 그들이 떳떳하게 학교 간다고 나설 때
그러지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나와야 하는 비애를 맛보아야 한다.
동료들이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말하지 못하고 지낸다.
알게 모르게 학력차별이 존재하는 걸
최근에 올수록 실감하고 산다.
내 간절한 소원은 중학교가 아닌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닌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도 직장 끝나기 무섭게 학교로 오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전화가 한 통 왔다.
친구들이 연말이고 하니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것이다.
학교생활을 하느라고 계속 참석을 하지 못하던 나인지라
송년모임 마저 참석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하루 빠지게 되고 직장 회식이 생기고 형제들 가족모임까지
너무도 메우기 벅찬 빠드름한 일정들이 결석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정신없는 가운데 12월의 끝에 와있다.
신년새해에는
우리 모두 검시에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내서
크게 웃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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