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과 생활
대학생 야학 선생님, 그 열린 마음의 열정
전철 1호선 외대역 역사에 하나 둘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주변 골목에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50대, 60대 우리의 어머님들이 책가방을 짊어지고 들어선다.
하루의 피곤을 뒤집어 쓴 듯 보이지만 걸음걸이만은 당당하다.
나이는 들었어도 이분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증을 지닌 우리 학교 학생들이다.
이분들은 한 때 여러 사정으로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시골집의 담장너머에서
지나는 또래 단발머리들을 바라보며 한숨지었고,
구로공단 출근시간 대느라 부산한 길에서 예쁘게 다려 입은 교복과 책가방을 눈물로 바라보았었다.
이분들을 위해 더불어 열린 마음을 나누며 봉사하는 대학생 선생님들이 있다.
못 배운 한으로 애타는 마음들을 야학이라는 곳으로 인도한 대학생 선생님들은
자신을 위해 무엇 하나 바라거나 내세우지 않고 오직 가르쳐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선생님들이다.
또한 학습도구를 구입하기 위해 기꺼이 회비까지 내면서도 싫은 기색이 아니다.
우리 상록야학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생 선생님 등 교사 49명이
학생 80여 명 하나하나에게 정말로 간절하고 절실한 앎의 울타리를 엮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다면 늦은 시간 개인과외도 마다않고
묵묵히 가르치고 상담하는 대학생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는 만능을 가진 신이 된다.
대략 60%가 직장인 선생님이고, 40%가 대학생이거나 대학원 선생님인데
야학선생님의 일이란 보통 아는 것처럼 단순히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
많은 행사와 시험관리, 출석관리, 학교 홍보, 교사모집과 학생 모집,
교지나 백일장 등 각자가 빽빽이 나누어 맡아야 하는 일들이 쌓여 있다.
요즘 보편적으로 젊은 대학생들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개인이기주의에 물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집단이기주의에 젖거나 봉사에 대해 무관심한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어른에 대한 존경이나 사랑이 희박해진 지 오래고,
거리에서 불합리한 일을 봐도 외면하기 일쑤다.
그래서 조금의 친절이나 선행만 있어도 방송이나 신문에 대서특필이다.
급성장한 사회문화는 사람들을 좀더 개인화시켰고,
남의 일에 괜히 끼어들어 망신당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관련 없는 일로 피해볼 것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없거나 조금이라도 힘이 드는 일이라면
절대 나서지 않는 게 보편적 모습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경쟁사회의 취업난속에 더 많은 밤을 새워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실력을 높여야 하는 게 대학생들의 고민이기는 하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를 받아들여 새로운 지식을 찾느라 바쁜 그들이다.
다행이도 요즘 우리 야학에는 여타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대학생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대개 동대문지역에 있는 대학교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그분들이다.
이분들이 봉사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일주일에 1~2회 수업을 해주신다.
그리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교사회의에 꼭 참석해야 한다.
각종 행사를 챙겨야 하고, 방과 후면 학생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담임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임원들과 대담을 갖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검정고시 수험생을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마저 보충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학생들을 위한 봉사를 하다보면 정작 그들에게 개인의 시간이란 갖기 힘들다.
수업을 하자해도 40분 수업을 위하여 또 다른 40분 동안 수업준비를 하고
교단에 서는 것까지 한 시간을 위해 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더구나 봉사자로써 힘든 것은 수업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한다 해도
고정된 그날 하루 때문에 어떤 계획도 일주일이 자유스럽지 않다.
실생활에 부담되기는 앞뒤로 3일의 고스라니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리 상록에는 이렇게 훌륭한 봉사자가 많이 있어 다행이다.
야학에서 만나게 되는 훌륭한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대학교 학생 선생님들 때문에
야학이 그 역할을 다하며, 아름다운 장소로 남는 것이다.
서로의 뜻이 서로 좋아 많은 선생님들이 야학을 떠나지 못하고 함께 고락을 한다.
대학생 선생님들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불태워
한때 암울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도 하고
스산한 마음에 아늑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야학하시는 선생님처럼 곧은 정신으로
남과 더불어 가슴을 여는 젊은 대학생들이 더 많아서
우리 80여 학생들이 잃었던 희망의 울타리에 보금자리를 틀고
다른 더 많은 야학의 학생들도 건강하고 힘차게 원하는 공부를 실컷 했으면 한다.
오늘도 늦깎이 학생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더불어 상록을 이끌어 줄 젊은 대학생 선생님들이 더 많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는 상아탑의 지성인들이
좀 더 젊고 건강한 봉사정신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야학의 길을 닦아주었으면 싶다.
그들의 노고 깃든 봉사로 사회는 좀더 정의롭고 힘찬 젊은 맥박으로 고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날로 더워지는 여름날에 시원히 얼어들도록 자신의 몸으로 냉수 역할을 할 분들이 넘쳐난다면 좋겠다.
이들의 살아있는 신선함이야 말로 한 여름의 막바지,
사회의 그늘에서 지쳐있는 분들에게 외롭지 않게 상쾌히 식혀주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교사모집에 더 많은 대학생 봉사자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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