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움의 꽃이여
미지님께
오늘 가을의 하늘은 높게 멀리 그 끝을 보여주지 않고 푸른 물결만 멀리멀리 출렁이는 듯합니다.
어느 새 다가온 가을, 밤나무, 도토리, 상수리, 개암나무 할 것 없이
제 다 제철 맞아 툭툭 들어찬 알들을 떨어내는 소리가 가을 들판에 풍성합니다.
오랜 세월 가족들과 살기위한 삶과 싸움 속에
진작 자신들의 일에는 둘러볼 시간 없이 살아온 우리들이
뒤늦게 공부를 한다고 이렇게 상록의 책상에 앉아있습니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고, 나이나 얼굴이나 사는 곳은 달라도
오로지 한 뜻, 뒤늦게 배우겠다는 곧은 일념하나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미지님!
이렇게 더불어 함께하는 아름다운 상록의 품에서,
좋은 학우들끼리 서로 손에 손잡고 가슴 맞대며 공부하게 됨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잊지 못할 인연으로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앞으로 열심히 공부도 하겠거니와
모둠반에서 아름다운 인연을 소중하게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미지님을 자주 뵙지도 못 하겠거니와
어쩌다 뵈울 수 밖에 없는 그저 지나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문예창작에 인연이 있어서
함께 할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그저 미지님과 저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반갑고 좋아서 그 인연을 이렇게 종이에 몇 자 적어봅니다.
조용히 어릴 적 친구에게 편지하듯이 미지님께 편지를 드립니다.
비록 상록에서 하시는 공부라서
여러 가지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것 천지겠지만
하려고 하는 성의 하나 강물 같으면 될 것입니다.
낯선 영어 어렵고,
수학 힘들고, 가게의 일로 시간이 빠듯하겠습니다만
기왕 시작한 공부 이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빠지지 말고 함께 이겨나갑시다.
한동안 가정이나 친구들에게도 소홀하겠지만 이번도 과감하게 이겨내 주세요.
그리고 먼 훗날,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년 후의 진짜 큰 졸업식장에서 함께 축하의 악수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럼 처음의 그 마음으로 고난 고통 이겨내고
새 출발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하십시오.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만나 뵙고 옛날이야기 하도록 하시지요.
토요활동에 반드시 참여하세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미지님의 미지로부터(문학반 마니또 편지놀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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