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이 정 애
연초록 새싹들에게는 시(련)이 없다.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제 할 일만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봄과 함께 싹을 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일을
거듭하면서도 더 이상 이하도 없이 본분을 지킬진데!
사람은 만물을 지배하면서도 오만과 욕심으로 가득 차
수많은 인재(人災)를 낳고 가여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남의 일처럼 위험에 대치할 기반을 무시하고 산다.
일어나고서야 후회하고 통곡을 한다.
이렇게 좋은 날에 즐거울 수가 없다.
오늘 부활절에 수많은 자식들을 잃고
시름하는 부모형제들의 애통함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배에 갖혀 두려움에 몸부림치며 사투를 버렸을
그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 즐거울 수가 없다.
한창 꿈에 부풀나이에 이 나라를 짊어질 아이들이었건만,
한 사회의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무수한 생명들이 한 순간에…….
오! 신이시여!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지만 애통함과 비통하고 안타까움 뿐,
힘이 되어주지 못 하는 마음이 더 아프다.
영혼이라도 떠돌지 않고 또 다시 부활해 꿈을 꿀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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