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문학기행
고 31회 박 근 옥
생소한 굴둥지문학회 문학기행,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만나는 선배님들,
선배라는 단어의 정겨움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
그러나 너무 늙었으니!
쭈그렁 얼굴이나마 화장을 토닥토닥 하고 들뜬 마음으로 회기역에 도착했다.
안면이 있는 1학년 친구를 찾아 중간 자리에 앉았다.
모두들 오기를 기다리느라 한참을 지나 출발했다.
간식이 나오고 선배님들 말씀, 인사,
그렇게 환한 얼굴로 간식을 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는 내 마음에 세상은
아름다운 풍경화, 아니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뿌연 안개가 점차 걷히고 오색의 단풍이 아름다운 산,
치마폭 주름 같은 골짜기 유유히 흐르는 강,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아름다움,
그러나 무엇으로 나타낼까?
아니 이 아름다움을 그려 낼 언어가 나오지 않는 안타까움만 한없다.
아름다운 여행지풍경에다가 세세히 챙겨주는 선배님의 정겨움으로 취해
마음속에 표현할 수 없는 시를 가득 키워내며 경주에 도착했다.
곧바로 시낭송 차례가 되었다.
들뜬 마음 접고 시를 낭송하는데 일학년은 선배님들의 시를 낭송해야했다.
일학년들은 써 낸 게 없기 때문이다.
난 돋보기를 안 가져가 선배님의 글 낭송을 포기하고
생각 끝에 내가 운동삼아 산에 가서 썩어가는 땔 나무를 보고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썼던 시가 생각 나 그 시를 낭독한다고 하니 선생님이 그러라고 했다.
막상 생전 처음이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 서보지도 않고 당황되었다.
그저 눈을 감고 내가 자라온 환경만을 생각해도 마음아파
서러움 흐르는 어릴 적 영화 한 장면을 돌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허휘허휘 솔향기 가득한 산비탈을 오른다.
그 무엇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의 옛 친구들이었다.
수북이 쌓인 솔잎 널려있는 나뭇가지 방둥이
어린 근옥이다.
나는 지게를 내려 받쳐 놓는다.
솔검불을 갈키로 긁어내려
마른 나무를 대고 아름을 친다.
산더미같은 나뭇짐 작은 등에 지고
한 손에 작대기 한 손에 지개발목
미끄러질세라 솔검불 떨어질세라
발발 떨며 산비탈을 내려온다.
숨을 몰아쉬고 살포시 눈을 뜬다.
두 손에 솔검불 한웅큼이 쥐어있다.
눈가 이술방울 또르르 볼을 적신다.
난 이렇게 울먹이며 낭송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그렇게 시낭송을 한 후 점심을 먹었다.
선생님들 챙기고 자리 양보하고 그러다 보니 정작 나는 서서 한술 먹는지 마는지 점심을 마쳤다.
그리고 시낭송 점수 결과를 발표하였다.
상으로 공책과 우산을 받았다.
선배 총무가 어머니한테 쓴 편지와 또 어느 선배,
그리고 세 번째로 내 이름이 불리었다.
나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상을 받다니 어리둥절했다.
눈이 침침해 책을 보고 못하기에 내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너무 뜻밖의 칭찬과 평가, 주체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1학년이 받는 게 미안하기도 했다.
경동규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불국사에 대한 걸 듣고 알게 되었고, 배 만드는 현대조선소에 들렀다.
그리고 일정을 마치고 서울을 향해 버스를 달렸다.
1학년이 너무 조용히 앉아있기만 해 분위기를 살려 춤을 추니
다들 일어나서 함께 추며 떠들며 즐겁게 여행을 이어갔다.
커튼 밖으로 내다보이는 외딴 집에 전기불이 켜져 있다.
달랑 집 한 채 안쓰럽다.
시골 풍경을 보며 내가 살던 고향집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살던 집 한 채, 달뜨는 초저녁이면 중학교 못 간 게
마음에 상처가 되어 바깥마당 꽃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엄마가 팔던 3원짜리 공책을 훔쳐 작은 수첩처럼 반을 잘라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나무지게 밑에서 하소연하며 일기를 썼다.
눈물짓던 어린 소녀의 마음에 상처도 몰라주시고
되레 공책 훔쳐가 연애편지 쓸려고 했다고 욕을 퍼부시던 엄마!
문학적인 소질이 있어 무엇인가를 쓰기를 좋아했던 나였다.
‘엄마, 오늘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상을 받으니 엄마가 더 보고 싶어요.’
옛날의 가난이 지난날들의 생각이 뭉클뭉클 나고 엄마한테 죄송하고 미안하다.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지!
많은 걸 떠올리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큰 고생은 큰 행복을 준다 했지.
꿈같은 여행은 11시 넘어 서울 도착 선생님, 선배들과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짝친구 별님에게 남기고 조용한 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했다.
가로등만이 종종종 조용히 걷는 내 그림자를 미소 지으며 비추고 있었다.
부푼 마음을 남편에게 말 하고 싶었지만
무뚝뚝한 남편, 공감할 남편도 아니고 엄마 사진에 다가가서
눈물 찔끔
“고마워! 엄마, 나 상도 탔어요. 땔 나무 하던 시절이 늘 슬픈 영화같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그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 고마워요. 엄마 엄마!”
부르며 난 그렇게 시인에 날개를 펴고 행복의 꿈나라로 갔다.
문학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 가슴속에 무거운 짐을 꺼내 내려놓을 수 있어서!
| |
분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자료의 모든 권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