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에서의 삶은
나 자신을 위해 단련하는 삶
박 용 준
엊그제 심술처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맑은 하늘이
요정처럼 반짝이는 햇발로 흙 속에 박힌 모래알을 보석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 상록학교에서도 진흙 속의 보석들을 찾아내어 깨끗이 닦고 갈아 내어 알알이 품격의 광을 냅니다.
올 4월과 5월도 2년여 밤을 낮 삼고, 허기를 참으며,
하루의 피곤을 안마 삼는 고행을 다 이겨내시고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잘 치르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많거나 적거나,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가리지 않고
가르침의 숭고한 사명감으로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내처럼
끊임없이 많은 생명들에 목을 적셔주십니다.
참으로 소중하고 고맙고 보기 아름다운 모습들이 도래도래 모여 사는 상록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상상에만 젖어있자니 한편으로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수업을 위한 여러 아픔을 참아 이겨낼 때,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안 계셨습니까?
선생님0들은 가르침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아무런 바람이나 대가도 없이 봄비처럼 찾아온 상록학교였습니다. 내 지식이 필요하다면 밤이고 낮이고, 무엇이든 주고 싶고, 함께 잡아주며, 상처의 치료약이 되고자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도 잠시, 내 시간을 학생들에게 맡기고 나니 힘들어지고 내 삶이 벅차 부대끼고는 있겠지요,
취업을 위해 더 많이 공부해야하고, 직장에서 좋은 점수를 따야 하고, 업무에 시달려야 하고, 살아갈 대책도 세워야 하겠지요.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 잦은 결석과 지각수업과 대체수업,
학생에 대한 무관심과 나태함에 젖어들지는 않았나요?
지금부터라도 힘을 냅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지요.
처음 입학해서 다소곳하게 마음에 단련을 하던 엊그제를 잊고 어느 새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수업을 골라 듣고, 여차하면 하루 빼먹고, 수업시간에 정숙함 없이 잡담을 해대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많은 경비와 노력을 들여 학교를 운영해서만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힘들고 피곤한 가운데 많은 것들을 저버리고 야학을 찾아오셔서가 아닙니다.
바로 나 자신을 세우고 내가 할일이 무엇인지 알아서 잘 경영함으로써,
먼 후일 내가 내 삶의 한 도막을 어떻게 그려 냈는가 떠올릴 때를 생각해서 입니다.
교사든, 학생이든 미래에 바라본 지금의 내가 남을 위해, 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긍정적이고 보람된 추억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것이어야지, 부끄럽고 치졸한 것이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상록야학도 작은 사회의 하나입니다.
이 작은 사회에서 내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 사회의 가치가 생산될 것입니다.
지금도 잘 진행은 되어 가지만, 그럴수록 그 동안 우리 상록가족 모두는 내가 안이하고 나약하지는 안았는지
돌아보고 지금이라도 올바른 봉사의 길을 가고 정진하는 학업에 다르는 지혜를 가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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