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틀니
권 길 선
밤이면 밥그릇에 담겨져 있던 어머니의 틀니
저는 그런 틀니를 볼 때마다 무섭기만 합니다.
"얘야, 이리 좀 가져 오너라"
하시면 틀니를 맨손으로 들기가 무서워
밥그릇 채 드리던 철없던 딸이었습니다.
일곱 명의 자식을 낳으시며
함께 하나씩 둘씩 빠져버린 이라는 걸.
제가 자식을 낳고 이가 시려오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어머니의 틀니를 제가 깨끗이 씻어 드릴 수 있는데
그러나 성한 이 하나 남지 않은 어머니는
눈발이 내리던 겨울날 눈 속으로 그렇게 홀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틀니는 내가 따라가 줄 수 없는
멀고도 외로운 길을 어머니와 함께 가주었습니다.
이제는 후회한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 어머니의 틀니가 그렇게도 그리운 건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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