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의 밤 축사
시대를 거스른 배움의 열정
전직교사 민 영 후
친애하는 상록 중․고등학교 학생 여러분!
그리고 상록의 밤 행사에 참석하여 주신 내․ 외빈 여러분!
처음 상록학교를 설립한 지가 벌써 …….
상록학교를 설립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문1동사무소에 학교를 개설하고
학생모집을 하기 위하여 추운 겨울에 풀통을 들고
매직펜으로 쓴 학생모집 전단을 붙이러 다니기도 하였고,
이문1동 통장님들께 부탁하여 동네에 공부를 하고 싶은
청소년이 있는지 파악하여 데리고 와주십사 당부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초빙하기 위하여 외국어대학교를 어렵게 방문하였습니다.
그래서 첫 개교 때에 온 학생수가 20여 명 남짓 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학생 수가 증가하여 50명, 60명으로 늘었지만
낮에는 직장, 밤에는 공부하느라 지쳐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겼습니다.
마침내는 학생 수가 10여 명까지 내려와
선생님 수보다 학생 수가 더 적어 안타까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지금 제 머리가 희끗희끗 하고 며느리,
사위를 볼 나이가 되어 이렇게 연단에 섰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제가 얼떨떨하면서도
감회가 새롭고 또한 제가 축사를 하여도 되는가 하는 의아심마저 드는군요.
역설적으로 말씀드리면
상록학교는 영구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없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창립 초기에 이야기 한 적도 있습니다.
이 땅에 더 이상 배우지 못한 서러움이 남아있지 않을 그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요.
지금도 학교가 순수성을 잃지 않고 건재하고 있는 것은
학교의 중심에 서서 그 순수성과 열정으로 변함없이 지켜주신
박학선 교장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평생을 상록학교에 봉사해 오신 최대천 교감선생님,
또 그밖에 학과 선생님들의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자기 인생에 있어서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결단성 있게 실행하고 상록학교로 와주신
여려 학생들이 있기에 상록학교가 지금까지 건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각자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많은 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자신들의 이익보호나 권익을 부르짖기 위하여
창설되고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상록학교는 정말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생님들이
인간애를 발휘하며 어두운 사회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입니다.
상록학교 졸업생이 TV대담에 나와서 상록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배움의 길을 열어준 상록학교의 고마움을 이야기할 때
가슴이 뭉클 하는 감회와 함께 자랑스러움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다른 학교보다도 따뜻함과 인간애가 넘치는
그런 학교임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학생여러분!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인생을 완성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배움의 터전이 크든 작든 간에 자신이 배워서 얻는 부분은 자신을 발전시키고
또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은 마음을 한없이 충만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록학교는 여러분의 마음과 인생을
조금 더 살찌우게 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유달리 우리나라 국민성은 역사 대대로 배움에 대한 불타는 열정이 강했습니다.
옛날부터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 하여
반딧불에 책을 비추면서 공부하는 선비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또한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 하여
자식 공부를 위하여 이사를 세 번씩 이나 하여야 했던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떡을 써는 한석봉의 어머니 이야기 등등
옛날부터 이런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시대를 거슬러 현대 우리 사회의 정서로 뿌리내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불타는 향학열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뒷받침 돼주지 못하여 공부할 시기를 놓치고
항상 가슴속에 배우지 못했다는 자신 없고 위축된 마음을 갖고 살아온 분이 많습니다.
상록학교야말로 이런 생각을 떨치게 하고
여러분을 배우고자 하는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특히 선생님들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마음과 학식이 어우러져서
여러분을 대하고 지식과 지혜를 터득케 하여
오히려 여타 다른 중․고등학교 보다 훨씬 더 나은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이 배운 것을 오늘 상록의 밤을 통해서 맘껏 펼치시고
뽐내주시기 바랍니다. 상록학교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 순수하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계속해서
사회의 한 부분을 환히 비출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날 때는
채찍과 꾸지람도 아낌없이 주시어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자세를 지켜 갈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끝으로 여러분에게 행복과 보람된 나날이 계속되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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