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기
전직교사 권 희 원
글로나마 오랜만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상록식구들에게 글 올립니다.
몇 년간 하던 평범한 직장생활을 접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이제 9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늘 가르치는 직업에 관심이 있던 터라 작년 말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잠시도 머뭇거림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제 조금 적응이 되어가고 한숨 돌릴 때 되니
이제 서야 ‘가르침’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제가 야학에서 학생 분들과 함께 공부할 때 늘 듣고 보고 몸으로 깊이 느꼈던 말이 있습니다.
‘지식을 배우러 오는 학생 분들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던 우리도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르치다‘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지식이나 기능 따위를 익히게 하다라는 뜻도 있었지만
그것 외에 마음에 다가왔던 것은 ’상대편이 아직 모르는 일을 알도록 일러주다,
사람의 도리나 바른 길을 일깨우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상록에서 있었던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스스로 느끼고, 여러 학생분들, 그리고 같이 일했던 동료교사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지금까지도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식이 아닌, 내가 알거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수많은 인생의 지혜들을
주변의 여러분들한테서 배웠습니다.
학창시절에 함께했던 선생님, 친구들, 선후배, 직장동료에게서 받았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을 받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마음을 상록이라는 곳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서로 너무 많이 다른 우리를 이해하는 방법도말입니다.
요즘 아이들 힘들어하고 그런 아이들 때문에 제가 힘들어지면
항상 상록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해봅니다.
그때 어떻게 했던가,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힘들어하는 서로에게 어떤 말을 해줬던가,
또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주었던가.
그렇게 해서 하나씩 하나씩 실타래를 풀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때 모두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던 것처럼
지금도 역시 아이들에게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이 항상 배우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생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서로를 배워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항상 이런 마음을 갖게 해준 상록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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