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21회 함 기 애
엄마!
당신이 떠나실 땐 햇살 고운 가을이었는데
이젠 제법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에요.
스산한 바람에 등 뒤가 유난히 허허로운 것은 당신의 부재(不在) 때문입니다.
엄마!
안부 여쭐 때마다 그 나이에 이제 뭘 하겠다고
일하면서 고생스럽게 배우냐고 만류하시는 것은,
걱정과 안쓰러움에 당신의 미안함이 있으셨지요.
국어 시간에 ‘눈길’이라는 소설을 읽었어요.
누구나 어찌할 수 없이 어려웠던 시절,
자수성가한 아들의 그 동안 힘겨웠던 노모에 대한 응어리가 주제였어요.
뒷바라지 못 해준 미안함 때문에 표현조차 힘드셨던 가슴 시린
모정 앞에 아들이 반성하는 내용이었어요.
엄마!
저도 그랬더라구요.
살아오면서 힘들고, 배우지 못한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낄 때마다
어린 시절 그 때엔 이해되던 어려운 형편이 오히려 지금에서야
되새김하듯 서운해질 때가 있었어요.
전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지만
미리 내색 없이 접을 줄 알았죠.
원망 한번 한적 없던 막내딸도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은 있었나봅니다.
엄마!
어머님의 남아선호(男兒選好)사상이 장남에 대한 지나치신 사랑과
기대로 발전했고 그것은 유교적 시대의 흐름이기도 했겠지요.
당연히 부모님을 모셔야하고,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책임감이
받은 사랑만큼이나 오빠의 두 어깨에 무거운 짐으로 지워졌으리라 생각이 되요.
명절 때나 먹어 본 듯한 고기냄새가 부엌 귀퉁이에 몰래 빠져나올 때,
보리쌀 듬성듬성 밥그릇이 비교될 때,
그땐 어린나이인데도 왜 당연하다 생각을 한 건지!
지금 생각하면 투정 한 번 없었던 제가 기특하였지요?
엄마!
기대하신만큼 든든한 오빠가 있어서 좋아요.
당신의 노후가 편안하심에 늘 감사했고, 가시던 날!
국화 향기 속에서 온화한 미소 짓던 당신께 저희 오 남매는 든든했으리라 믿어요.
늘 막내딸이 걱정이셨을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배움이 즐겁고 소중하고 이 나이에 일이 있어 행복해요.
당신의 빈 자리는 너무도 크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든든한 오빠의 울타리가 큰 힘이 돼요.
엄마!
그곳은 언제나 봄날이겠지요?
한번 연락주시고 늘 편히 계세요.
-막내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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