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장하다
장 석 분
2004년 여름, 전철을 타려다 우연히 상록학교 간판이 눈에 띄었다.
학교에 전화를 하니 9월에 입학이 있단다.
원서를 쓰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을 하니 새벽에 나와서 직장생활하고
저녁 12시까지 견딘다는 게 힘들 것 같았다.
잠자는 시간이 하루 3시간인데 체력이 달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음해에 다시 전화하고는 또 망설였다.
그러다가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우선 한약을 한 재 해먹었다.
기운을 차려 입학원서를 써 냈고 시작이 반이라고
원서를 썼으니 반은 했구나 싶었다.
흐뭇했다.
신입생 예비소집일 이었다.
기초도 없고 50년 만에 찾은 학교 가는 길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조심스럽게 설렘으로 학교에 도착했더니 너무 일러서 문이 잠겨 있었다.
학교 마당에서 류경숙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학생이세요?”
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이란다.
너무 반가워 내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고 기초 없음을 염려 했다.
류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 하시며 기초부터 해준다는 것이었다.
긴장했던 마음을 다소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2개월 정도 학교를 다니고 보니 말이 아니었다.
4시에 일어나 직장 가고 다시 학교에 갔다가 집에 들어가면 밤 12시다.
잠은 하루 3시간 자고 내 체력은 한없이 떨어지고 얼굴과 피부가 볼 수 없이 쇠약했다.
당시 운동회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 안쓰럽다.
마침내 직장에서 점심 먹고 잠시 휴식시간에 고민을 시작했다.
남들은 누어 쉬는데 나는 갈등으로 밖에 나와 있었다.
직장이냐?
공부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그런 갈등이 며칠 계속되었다.
의지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또 갈등을 하였다.
낙엽은 바람 부는 대로 한잎 두잎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 내 인생과 견주어 졌다.
‘아! 내가 다 늦게 낙엽 지는 시기인데 무슨 공부를 한다고 이러는 것일까?’
포기하자고 생각을 굳혔다.
그러다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이 서산에 지는 해라고 하는데
참!
아니야.
지는 해는 오히려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저녁노을에서,
시에서,
유행가에서 많이 말하지 않는가?
그래, 나는 지는 시기지만 오히려 얼마 남지 않는 인생을
아름답게 해와 같이 장식하고 싶어!’
죽어도 배우고 싶었다.
죽어도 배우고 죽어야겠다고 다시 생각을 바꾸어 먹었다.
난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이제 중학생이야!’를 외치며 힘을 내었다.
그렇게 참고 견디어 마침내 꿈에서나 그리던 고등학생까지 되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나 스스로 장하다고 생각을 한다.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고 내가 나를 칭찬한다.
“너 참 장하다! 잘 참았다.”하며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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