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2
손만득
어머님!
이 못난 여식을 용서하십시오.
어머님 그 때는 전화도 없고 제가 생활에 바빠서
일 년 또는 삼 년 만에 찾아뵙는 등
얼굴조차도 보이지 못하는 큰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어머님 불효 여식은 눈물이 앞을 가려 필을 놓고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 눈물로 용서를 빕니다.
어머님!
어머님 딸자식을 곱게 길러 남을 주고 돌아오던 것이
걱정과 근심뿐일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불효여식이야 말로 걱정만 시키고 해드린 것 이라고는
품 안에 안겨 젓 한 모금 먹은 만도 못한 옷 두벌 해 드린 것뿐입니다.
어머님 이 불효 여식을 부디 용서하십시오.
어머님 임종 며칠 전에 작은 오빠가 와서 어머님께
‘누가 제일 보고 싶습니까?’ 했더니
‘신희가 제일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애 둘을 어디 맡길 데가 없어 결국은 못 갔습니다.
막내는 업고 가면 된다지만
길이 너무 멀고 버스를 몇 번 갈아타야 하고
아이 셋 데리고 가기가 힘들어 못간 게지요.
그 후 일주일 만에 어머님 사망 소식을 듣고
그때서야 허둥지둥 갔습니다.
그 때는 애 둘을 어디에 맡겼었는지 지금은 생각이 안 납니다.
살아계실 때 못 간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더욱더 큰 죄를 짓고 만 것이었습니다.
생전에 그렇게 걱정해주신 어머님,
사후에도 저를 자취자취 거두어 주시는 줄 압니다.
벌써 10년이 지난 큰 아들이 대학 4학년 때
간병사로 일 하러 갈 약속을 하고나서 그 날 저녁부터
눈이 펑펑 쏟아져서 정구가
‘어머님 내일 아침에 조심해서 가야겠습니다.’
하고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그보다 그날 밤 꿈에 어머님 나타나셔서
손가락 세 개를 보여주시면서
‘3일만 더 있다가 가거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돈 벌러 내일 꼭 가야 됩니다.
약속이 되어있어서 하고 고집을 부렸지요.
새벽에 떠날 때는 꿈속의 어머님 말씀을
그저 조심하라는 말씀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달려오는데
두꺼운 빙판 위에서 속도가 늦추어지지 않는 게 아닙니까?
꿈을 생각해내고 가슴이 두근두근 그랬지요.
버스는 큰 길 빙판 위로 가로질러 가고
나는 당황해서 미끄러져 넘어져 왼쪽 팔목이 홀랑 부러졌습니다.
그 후부터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빙판에는 나가지 않습니다.
어머님 3남매 얻은 자식은 남과 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신희는 고등학교 교사로
정구, 정원인 성인이 되어
자기 갈 길을 떠나 잘 살고 있고 저도 잘 지냅니다.
저도 자식을 낳아 길러본 후에야
어머님의 그 은혜를 만분의 일이라도 알게 되고 돌아보니
생전에 어머님은 없습니다.
아무리 눈물로 통곡 해봐도 이젠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몇 번이고 펜을 놓았다가
다시 들고, 놓았다가 다시 들고 4일 만에 끝을 맺으며
어머님 하늘나라 그 곳에서
편안히 계시기를 불효여식을 두 손 모아 빕니다.
'수욕정이 풍부지요,
자욕양이 친부대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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