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동문 미경동문 EBS수기당선작
함께 한 37년 전인교육의 전당 2
9월 첫 주 늦은 여름 일요일 날! 입학해서
2년을 다니고 8월에 검정고시 시험을 치른 후
국가로 부터 학력을 인정받아 또 늦은 여름 9월
첫째 주 일요일에 졸업을 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학교는 운동장도 없고 습기 가득한 지하실에
교실 두개와 교무실 하나 있는 초라하였지만
우리들은 그곳에서 꿈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서로 챙겨주고 추억을 쌓아 갈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제게 있어서는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야간 학교 시절 이었습니다.
저녁때가 되면 공장에서 일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 수다도 떨고
서로의 고민을 위로하며 살았습니다,
밤 11시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면서 먹는 겨울밤에 호떡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 저녁 식사였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여름이 왔습니다.
늦은 여름에 입학과 졸업을 하는 저희에게 있어서
한 여름 7월과 8월은 참 의미 있고 바쁜 날들이었으며
추억을 쌓기에 참 좋은 계절이었습니다.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느라 바쁜 선배님들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과 교사들은 힘을 합해 새로운 신입생들을 모집하기 위한
벽보를 쓰고 밤 11시에 수업이 끝납니다.
이때부터 세 명, 네 명씩 짝을 지어 흩어져서
골목골목 벽보를 붙이느라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힘든 줄도 몰랐고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누구 하나 힘들다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선생님들이 하드라도 하나씩
사 주시면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 손에는 풀 통을 들고 한 손에는 신입생 모집 벽보를 들고,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같은 처지의
청소년들을 후배로 맞이하기 위한 일에
우리는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여름밤을 지냈습니다.
어쩌다 소나기를 만나면 비를 피하지 못해 비를 흠뻑 맞기도 했지만,
한 여름밤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길가 평상에 앉아,
주먹으로 깨 먹는 수박은 참으로 맛났고 운치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해 여름이 지나 9월 첫째 주 일요일,
입학식과 졸업식을 할 때는 참 많은
눈물로 선배를 보내고 후배를 맞이했습니다,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갖는 입학식과는 다르게
늦은 여름 9월 첫째 주 일요일에 갖는 입학식과 졸업식은
참 많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때 늦은 여름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고
화려한 봄에 하는 입학식과 졸업식에 비해, 초라 할 수 있는
입학식, 졸업식 이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어느 입학식 어느 졸업식보다 더 귀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200명이 넘게 입학을 하지만 겨울이 한 번 지나면
학생은 반으로 줄고 여름이 한 번 지나면
또 학생은 또 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렇게 여름이 두 번 지나서 졸업을 할 때가 되면
졸업을 하는 학생은 200여명에서 30여명으로 줄어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쓸쓸한 졸업식에 또 그렇게 많은 신입생들이 모여
입학과 졸업을 할 때는 졸업을 하는 선배도,
선배를 보내는 후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눈물의 사연은 각자가 다 다르겠지만 밤이슬을 밟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졸업을 한다는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무보수로 수업을 해 주시는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와 2년 동안 밤마다 만나 공부하고
정을 쌓아갔던 친구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
은 같았을 것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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