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천리 내밀면 손닿을 곳 4
- 천장산이 품은 의릉
천장산이 아늑하게 품고 있는 의릉,
이곳은 숙종과 장희빈 사이의 아들, 비운의 왕
20대 경종(1688~1724)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의 능묘이다.
얽히고설킨 수많은 사극을 만들어 내고
조선 왕실의 아픔 섞인 역사적 사실은 뒤로 하자.
천 원 한 장 손에 쥐고 정문을 들어서면
제실을 바라보고 홍살문부터 시작되는 신도와 옆으로
왕이 선현의 제사를 모시러 걸어 들어가는 어도가 있다.
옛날의 이 홍살문은 닭의 피로 채색을 하였다던가?
스산한 기운을 등 뒤로 받으며 걸어 들으면 제실이 맞는다.
음식은 여기에 진설을 하고 일반인이 음식을 제설하는 상석은
혼유석이라 하여 잠든 혼들이 나와 즐기는 곳으로 신령스럽게 대한다.
능묘 주변의 여러 동물상과 문인석, 무인석을 차례로 배치했으나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바람에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다.
위아래 왕과 비의 능이 차례로 모셔져 있다.
정문에서 들어서서 왼쪽으로 비교적
지세(地勢)좋게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둘레길이 된다.
1960년대 안기부에서 관리하느라 만들어진 가파른 돌계단이
탐방객에게 거친 숨을 몰아쉬게 한다.
4~50분 산행에 적당한 건강돌보미 코스로,
공부에 지친 상록인들에게 꼭 한번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능 옆으로 1960년대 조성되어 1980년대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숲과 기화이초는 모두 제거되고 없다.
지금은 능묘의 옛 모습을 재현해놓느라 파헤쳐진 땅이
어린 소나무와 군데군데 잔디로 덮인 채 하얗게 뱃살을 드러내고 펼쳐져 있어
언제 다시 욱어질까 싶다.
과거모습을 재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왕 조성된 시설을 가차 없이 제거하는 것에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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