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 - 삶과 이야기
평화로운 5월의 하루
고 32회 송 기 숙
날씨도 화창하고 좋은 5월, 상록에서 서울숲으로 소풍을 왔다.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다보니, 처음 와보는 곳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에 걸맞게 모든 것이 풍성하다.
장미꽃이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활짝 피어있고,
큰 나무, 작은 나무 푸르른 잎들도 풍성함으로 봄을 내며, 춤을 춘다.
그 장단에 맞추어 땅에는 토기풀, 민들레, 쑥, 잡초 등등 풍성하고 풍성하다.
벤치에 누어 하늘을 즐기는 이, 예쁜 아가 데리고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
문득 예전에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상록의 문을 들어선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공부를 하겠다고 들어왔었다.
그동안 이런 저런 행사를 접하고 공부를 하며 학우와 선생님들과 쌓은
많은 추억들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아름답게 장식되었다.
복도를 오고 가며 열심히 청소하시는 모습, 지우개 터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
열심히 사시는 선배님들 후배님들을 보면 그 모습 하나하나가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그동안 졸업 후엔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었는데
진학하시는 선배님들 보노라니, 나도 곧 졸업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계속해서 또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앞으로 무엇을 할까?
졸업 후 공부는 계속해야 하겠는데, 대학은 어디로 갈까?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다.
막연히 입학을 하고 교문을 들어섰는데 점점 졸업이 가까워지고,
내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지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럴 때면 마치 꿈을 모두 이룬 듯 부풀어나는 기분에 마냥 행복해진다.
3년, 긴 시간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런 걸 보면 하루하루를 더욱 귀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곳, 많은 일을 스쳐 살아왔는데 그 중의 상록은 특별한 만남인 만큼
오래오래 잊지 못하겠다.
상록을 졸업하면 신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그 길이 내게 허락되어진다면 말이다. 이제까지는 나만을 위해 사느라 바빴다면
이제는 어딘가에 누군가에 나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의 삶도 누군가에 빛이 되어주고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행복이다.
그러기에 내게, 황무지를 개간하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꾸어
열매를 바라보게 해준 상록, 상록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다.
참 감사하다. 앞으로 상록의 배움을 빛내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
끝없이 이어서 봉사해주시는 이름을 다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선생님들 사랑하고 축복한다.
서울숲 한쪽에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청춘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아래 힘들듯한데 얼굴에는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
어느 노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듯 굽은 등을 나란히 하며 손을 꼬옥 잡고 걷는 모습이 따스해 보인다.
그 또한 아름다운 꽃이다.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참 좋다.
존재감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간간이 불러주는 참새의 소리, 그 사이를 묵묵히 종이를 주우며
지나는 미화원 아저씨조차도 평안하고 한가로워 보인다.
그동안 학교생활을 한 것이 이 평안을 누리는데 크게 한 몫 한 것 같다.
학교와 많은 수고를 하시는 선생님, 참 감사하다.
무엇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주 풍성하고 평안한 5월의 하루다.
* 2016년 검정고시 현장에서 검시 후 맛보는 후배들이
응원 와서 맛있는 식사와 담소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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