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어디에
고 21 회 고 선 영
어머니 당신이여!
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이 소리를 들으십니까?
당신을 잃어버린 아픔에 몸부림치는 제 허전한 절규를 들어 주소서.
후미진 골목에서 바람을 맞으며, 어느 때는 새벽 서릿발 추위에 떨며,
어느 때는 뭇사람들의 발걸음에 채여 제 모양을 잃어가는 낙엽을 보았습니까?
당신이 가까운 곳에 계셔서 저를 한번 불러 포옹해줄 수 있으시다면
저는 이렇게 당신을 그리며 절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소리쳐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고,
제 애절한 호소가 허공에 휘돌아도 들을 수 없이 먼 곳에 당신이 있기에
제 마음은 항상 그리움에 목 메이고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가 저보다 더 외로운 고뇌를 할 수 있으며,
어느 간절한 연인인들 제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정말 너무너무 허무하다고 정녕 이런 것이 삶이었느냐고 자문해봅니다.
신이 있다면 그 신께 당신을 데려가지 말라고 몸부림을 치며 매달려도 보았겠지요.
하지만 아랑곳없이 당신은 꼭 제 곁을 떠나야 했습니다.
어머님이시여!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태어난다는 것은, 산다는 자체도 어머님처럼 가기위한 한 과정이겠군요?
어머님!
당신이 떠난 지도 어언 25년.
언젠가 어머님을 만날 때 부끄럽지 않으려고,
어머님과의 약속을 지켜 선하고 착하게, 상냥하게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렵니다.
어머니, 어머니 당신 생각 간절합니다.
이 마음 영전에 올리오니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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