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회
다문화 사회는 지금
수학교사 양 인 옥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교사이자 담임을 하고 있는 양인옥이라고 합니다.
편집부 선생님의 권유로 상록학교 교지에 글을 싣게 되었는데,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달라고 하셨답니다.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하나 막막해 하던 중 제 업무를 소개하기 전에 현재 사회의 현황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여 요즘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다문화에 관련된 내용을 간략히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어딜 가나 늘 따라다닙니다.
그만큼 ‘다문화’라는 말에 대해 한번쯤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필요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아봅니다.
우리나라 땅에는 현재 약 120만 명의 이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잠깐, 이주민이라는 용어를 먼저 설명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사는 사람들을 뜻하며, 제가 글에서 얘기하는 이주민은 우리나라로 이주해 온 이주 노동자, 그들의 자녀 및 배우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난민, 무국적자 모두를 함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10~20년 사이에 들어오게 될 200만 명의 이주민을 예비 이주민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1950년대 남북 전쟁 시 들어온 미군들의 출현으로 이미 다문화 사회를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다른 국가에서는 쓰이지 않는 ‘혼혈’이라는 단어로 인종을 따로 분류해버리는 차별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문화의 이질화를 이유로 우리 사회에 함께 공존하고자 들어온 이주민들에게 강제 추방이나 동화를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민 국가들의 좋은 예를 보자면, 첫째로 유럽 이민자들이 만든 미국은 여러 민족의 다양한 문화로 인해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캐나다는 1971년 다문화주의의 채택으로 문화 평등이라는 다문화 사회의 모범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60년대 중반 이런 선진국으로 노동력을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우리의 과거는 잊은 채 90년대부터는 노동력을 그저 기계처럼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A+B+C=A'와 같은 다문화 정책을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고는 있지만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보다 우리의 문화인 A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겉보기엔 동등해 보이나 실제 다수자가 소수자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주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사회책에서부터 등장하는 ‘민주주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길 가는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을 법한 그 올바른 길을 계급에 연연하며 쉽사리 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우선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자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어, 정부의 역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나누어 모든 국민(내국인+이주민)들에게 협력 시스템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이런 다문화 사회 속 이주민들 중에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생명권을 중심으로 의료적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답니다.
사실 소수자 운동을 하고 있는 제가 개인적으로 얻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의 변화에 귀 기울일 때, 그리고 저부터 제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이주민들과 함께 할 때 언젠가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지가 실현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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