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슈퍼우먼
공 현 경
우리는 슈퍼우먼 학생입니다.
상록야학에 온 지도 일 년 남짓 한데 우리에게도 후배가 생겼고,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했네요. 봄이 오면 검정고시를 봐야하니 모두들 들떠있기보다는 심각한 표정들이예요.
자녀에게 공부 안 한다고 닦달하던 때가 있었는데 막상 공부라는 걸 시작해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60~70년대 공부할 시기를 놓친 우리들은 오빠나 동생들에게 양보했고, 어렵게 입학했다가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먹고 살기위해서 산업전선으로 내몰려 일하거나 뛰어들어 국가발전의 일익을 했던 게지요.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해야 했고, 애들 뒷바라지가 끝났거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시부모나 혹 친정 부모님을 모시면서 끼니 차려드릴 걱정 하고 낮에는 직장에 저녁엔 상록야학을 찾아 졸린 눈을 후벼가며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저희 어머니 학생들 정말 대견하지 않습니까?
비록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흘려보내야 하는, 조금 전에 배우고도 모른다고 하고, 또 안 배웠다고 하며 떼쓰는 어머니학생이기에 선생님들도 당황해 하십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 주시는 선생님들, 특히 자식같은 선생님들 미안하고 사랑해요. 비록 학생복은 입지 않았고, 낙엽 밟을 교정은 없을지라도 그나마 짬을 내서 글둥지문학반을 따라 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지도선생님과 한 달에 한 번, 그도 아니면 몇 달에 한번이라도 외지로 나가 토속적인 식사와 함께 다른 분들의 시도 감상합니다. 사철 각기 다른 자연도 만끽하면서 도심에서의 소음공해, 피곤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참석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중간고사 보느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얼마 후 MT가 있으니 함께 모여 사춘기 소녀처럼 재잘거려 보자고요.
개인적으로 조금의 봉사활동을 하는 게 있어 노인복지관에 가보면 70대 어르신들도 영어, 서예, 한문, 스포츠 등등 시간 놓칠세라 열심히 챙기더군요. 거기에 비하면 우리들은 아직 청춘이 아닌가요? 열심히 배워서 어디서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부모, 존경받는 할머니가 됩시다.
아울러 상록학교를 세우시고 36회 입학이라는 긴 시간을 이끌어 오신 박학선 교장선생님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원봉사로 우리들을 깨우쳐주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더 이끌어 주시고 키워주세요. 우리들이 선생님들 같은 지성인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학생님들 엊그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여기까지 잘 왔으니 아직 조금 이른 감도 있지만, 좌절하지 말고 분발해서 목표한 학력을 취득해서 자랑스럽게 졸업합시다.
슈퍼우먼 학생들이여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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