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詩作) 시작(始作)하자
지도 박 용 준
- 시 맛깔나게 써보자 -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우든 지나는 전철의 벽면에서 대하든 시를 자주 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의미에 취하거나 우리도 저런 시를 쓰고 싶어 한다. 한 편의 시를 마음에 떠올려 지어보고 글로 옮겨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망설이지 말고 아래 제시한 우리 상록학생들이 썼던 몇 가지 유의사항의 예로 들어 보인다.
이에 따라 글쓰기를 실천에 옮겨보자.
△ 간결하게 함축적으로 적는다.
예1) 마음에 길을 따라 나섰다 만난 곳 /
징검다리가 놓인 냇물 - (길 : 이은숙)
- 마음에 상념들이 징검다리처럼 가지런히 정제되었음이 알 수 있다.
예2) 주인 닮은 무덤한 늙은 소 /
소를 닮은 소박한 촌로 - (삐딱밭 : 이희구)
△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자.
예1) 열정만 벼슬에 사무치게 남아 /
애닲아라 꼬꼬댁 꼬꼬 /
벼슬 값을 해야지. /
오늘도 생각 없이 /
두리번두리번 /
땅만 팔 뿐입니다 - (암탉2 : 이정애)
- 관직의 벼슬과 닭의 볏인 벼슬을, 닭의 벼슬이 풍채(風采)를 나타냄.
예2) 당신의 웃음을 살며시 안았더니 /
당신의 심장이 나의 가슴속에서 뜁니다. - (아름다운 웃음 : 최옥금)
△ 인용구를 넣거나 감탄어를 사용하자.
예1) 올해도 봄을 알리는 목련꽃이 피어났다. /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가곡을 생각하며 목련을 바라본다. - (목련과 나 : 공현경)
- 김동진의 가곡 노랫말을 인용하거나 감탄사를 느낌표로 처리함.
예2) 성경은 말합니다. /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 (나누며 사는 삶 : 최옥금)
△ 시어에서 반복적 어휘를 사용해봅니다.
예1) 지붕 고치고 /
벽 바르고 /
도배 하고 /
장판 까니 /
그럴싸한 오막살이 되었네. - (님들이 계셨던 : 나경자)
△ 시구에서 적당히 생략을 해봅니다.
예1) 해남 땅끝마을 /
고딩 가슴은 울렁울렁 /
마음도 술렁술렁 - (2박3일 : 서봉녀)
- 명사형으로 마치거나 서술어를 생략한 부분이 여운의 미를 드러낸다.
△ 억지로 지어낸다는 마음보다 솔직한 마음으로 표현하자.
예1) 이상한 문을 두드렸습니다. /
이 대문은 알 것 같은데 /
소문은 모른다고 합니다. /
한 달이 지나갑니다. /
소문을 알고 나니 대문이 알쏭달쏭 하다고 합니다. /
그런데 또 다른 문이 보입니다. /
이 문을 지나가려면 강산이
또 한 번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멀고도 먼 문 : 장정자)
- 배움의 단계에 따른 어려움이 영어의 대소문자에 솔직하게 비유됐다.
△ 의미단위나 시각적 길이에 따른 연을 구분하자.
△ 시어에 사투리나 은어를 사용해보자.
: 예) “봉구아제, 기미네, 중뜰네,
우리 메밀묵이나 처서 먹세!”
김치 많은 집 김치깡에 가서
배추김치 두어 쪽 꺼내온다. - (한겨울 밤참 : 윤상옥)
- 사투리가 친근감을 주어 풋사랑처럼 싱그럽다.
△ 기타 문장의 선후 배열을 바꾸어 도치(倒置)시키거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을 이입시켜 써보자.
예) 바람과 구름이 고목에 만들어 낸 상고대 /
오랜 기다림과 인내심이 빚어낸 자연의 명품 /
신비하고 오묘한 자연의 기품 - (덕유산 상고대 : 0 0 0)
- 화자는 상고대를 인내심과 기품을 지닌 사람으로 동일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제시한 여러 기법 중에서 몇 가지라도 자신의 시상과 친숙하게 어울리는 것으로 써 나간다면 분명 당신은 멋쟁이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보기 어려운 매서운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의 시 한편 써보는 여유를 가져봄이 좋겠다.
<문학창작반 글쓰기 지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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