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感想文) - 연극
경숙이 경숙이아버지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단막극형식의 연극 “경숙이 경숙이아버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배경이 변하는 아버지의 정체성에 딸과 엄마는 혼돈 속에 살아야한다. 전쟁이 가져오는 긴박함으로 사건은 시작되고 아버지로서의 책임감마저 상실한 채 외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살다 지쳐 돌아온다.
아버지는 노름에 각시 팔아넘기듯 데려온 사내에게 아무런 회한도 느끼지 못한 듯 맡기고 또 알 수 없는 방황 길로 떠난다. 엄마와 딸은 가련하게도 낯선 사내에게서 다소 안정된 살림을 하게 되니 연민에 시앗은 잉태되고 얽히고설킨 콩가루 집안의 본보기가 되어 버린다.
적절한 슬픔과 애잔함이 있는가 하면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코믹한 연기가 그 와중에서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시대상으로 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잔혹한 시절의 얘기지만 울림이 있고, 현실에 있을법한 가정사를 그린다. 곧 나의 이야기요, 우리 아버지 세대의 혹독한 시련이었던 것처럼 가볍게 내게 다가와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였다.
경숙이 입장처럼 나 또한 무력하게 부모님에 대한 신념으로 버티어 왔을 뿐 그 무슨 원망도 미움도 없었던 것처럼 경숙이 역시 처절한 갈등에도 아랑곳없이 자기 길을 마다않고 살아온 세월이 보인다.
짠한 감정을 어쩌지 못할 땐 차라리 장구를 두드리며 미쳐버리기라도 하듯 춤과 노래로 대신하는 아버지! 알 수 없는 속을 내버리는 탈출구였다. 내게도 아버지의 자화상을 시로 적어 둔 것이 있어 적어본다. 어울릴 것 같아서다.
빛 자루
평생의 빚 자루 들쳐 메고
갚아 오신 아버지의 한이
고부라진 할방구 되어
또 다 갚지 못하셨네.
당신 평생 생활비 한번 챙겨주지 못하더니만
이젠 고부랑 할방구 되어 오갈 데도
반기는 사람도 없는 이제야
가족의 그리움 품에 오롯이 남아
남편구실 하시는 우리 할방구 내 아버지.
그래도 원망은 없어라.
오직 일념으로 청정수(淸淨水) 만 자시고
찾고찾고 외우셨으니
그것이 내가 마지막 잡은 용꼬리였다.
자주 연극 좀 보러 다녀야겠다.
삶에 과거일수도, 현재일수도, 미래일 수도 있는 게 연극인 것 같다. 잠시 연극수업을 받아보고 딸내미 덕에 비싼 뮤지컬을 투덜대며 가 본 적도 있지만, 배우들의 노력과 분투에 아낌없는 앙코르 박수를 보내주었다.
압축된 내 삶이었다.
<편집부 이정애 기자>
* '푸른그루 23호'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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