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상식반
시사상식교사의 초보탈출기
교사 권 오 길
한 달여의 예비교사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쳤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 예비교사들이 워낙 많아서
임용탈락에 대한 불안이 발표 직전까지 떨쳐지지 않았다.
다행이 늦깎이 교사를 어여삐 여겼는지
정식 교사로 임명 되었고
지난학기부터 새로 생긴 시사상식 모둠반을 맡게 되었다.
시사상식반은
일정한 교재가 없어서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면도 있지만
너무 광범위해서 주제를 정하고 정리하기가 어려운 면이 많았다.
수업준비를 위해 일주일 내내
9시뉴스와 신문을 보면서 이슈가 되는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서 열심히 수업준비를 했다.
드디어 2011년 9월 13일 첫 수업!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수업,
잔뜩 긴장을 하고 수업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선생님, 인사 받고 해야죠!"라는 학생들의 큰 소리에
순간 당황을 했다.
‘아, 그렇지! 여기는 학원이 아니라 학교 교실이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차렷!, 경례.”
나이 드신 학생분들의 인사를 받는 순간 멋쩍기도 했지만,
‘아, 내가 선생님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첫 수업이라 많이 긴장한 탓에 횡설수설하면서
준비한 것의 반도 설명하지 못하고서
수업시간도 10분이나 넘기면서 초보교사의 첫 수업이 지나갔다.
수업 횟수가 늘고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다.
사실 시사상식은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고
연속성이 없어서 정리가 쉽지 않은 과목인데,
초보가 욕심까지 내다보니 수업준비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고,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시간이 차차 지나면서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두 가지라도 쉽고 재미있게 하자!’
라는 생각을 하며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그러자 수업준비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고
학생들의 이해와 참여도도 많이 높아져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는 힘이 좀 들었지만
초보교사가 겪어야하는 소중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수업준비를 해서 학교에 갔는데
학급회의가 있는 날이라 수업을 못하고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
검정고시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학교에 가 잠긴 교실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빙그레 혼자 웃으며 돌아왔지만,
초보교사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한 변명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난다고 초보교사를
그냥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좌충우돌 하면서
열심히 할 때 초보탈출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십 년 이상을 묵묵히 가르치며 헌신하신 훌륭한 멘토교사님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저 초보교사에게 삶에 대한
겸허함을 가르쳐주신 학생분들,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저 초보교사는 오늘도 초보탈출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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