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수필
광고작업의 길에서
전직교사 황 동 윤
오늘 첫 광고작업에 나갔습니다.
개인치료 탓에 송파 병원에 있다
아홉시에 맞춰 야학에 갔더니 이런,
동기분께서 "따로 칠판 작업한 구역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교실은 이미 사람 반 공기 반,
집이 사알짝 멀다보니
근처에서 하고픈 마음이 있었죠.
그러나 어머님들께서 순식간에 회기· 이문을 석권하시고
담당 선생님께서 저는 청량리· 동대문으로 지명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쪼끔 있었죠.
저와 어머님 단 둘이서
청량리~ 동대문까지를 맡았는데
저나 어머님이나 한 번도 경험이 없는데다,
이쪽 지리는 버스 창가에서 바라본 대로변이 전부였습니다.
두 사람의 손에 들린
한가득 전단뭉치는 야속하게도 무겁더군요.
자, 작업 시작해볼까요.
어머님과 저는 씩씩하게(?) 청량리역에 내려
무작정, 그야말로 무작정 동대문 방향만 쳐다보며
대로를 끼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대강 다른 전단지들이 수북한 쪽에
붙이고(붙여도 별말 없는 곳일 테니),
눈에 잘 뜨일 만한 전봇대가 우리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버스 정류장과 전철 출구 근처도 주요 표적이 되었죠.
왕래가 잦을 테니,
개인 상점 쪽은 피하면서.
아울러 전화부스에는 안쪽에다 붙였죠.
다음 주중에 비가 내린다니 덜 젖고
오래오래 버티라는 생각에.
슬슬 다리가 뻐근해지고 땀이 비 오듯 할 무렵,
눈에 낯익은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동~ 대~ 문! 아.
동대문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전단지가 좀 되더군요.
사실 전봇대도 재질이 제각각이라,
풀을 먹여도 팔랑거리며 잘 떨어지는
전봇대가 많아서 잘 붙는 쪽에 가려 붙이느라
남은 것 같더군요.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쪽 대로로 나가 왔던 길 되돌아가며
붙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반대쪽이야
손길이 안 미친 곳이니,
동묘역에 도착하니 그제야 전단이 다 떨어지더군요.
땀에 흠뻑 젖고 발바닥이 욱신거렸지만
뭐, 군대 행군보다는 낫더군요.
집에 갈 차는 이미 끊겼으니
송파로 내려가 찜질방에 들어서니
어느덧 열두 시가 넘었습니다.
4교시를 다 마치면
집에 갈 차가 끊겨서 자주 애용하는
찜질방입니다.
치료받는 곳 근처라
이튿날 가기도 편리하죠.
카운터 아저씨가 반겨줍니다.
이상 첫 고생스러웠지만
보람 있었던 광고작업 후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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