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
목이 멘 봄소풍
고 25회 김 미 순
아들이 소풍을 간다고 했을 때는
김밥재료 사는 것도 재미였고,
날씨예보 챙겨듣는 것도 일과였다.
늙은 내가 소풍을 간다하니
관심들도 없다.
한 집에 있으면서 이러면 화라도 내련만,
분가하여 각자 다른 집에 사니 알리지도 못하였다.
강산이 두어 번 넘은 뒤에
다시 보는 과천 서울대공원은
늠름하고 거룩해 보이기까지 느껴진다.
모두 모여
젊은 선생님들 앞에서
늙은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를 때는
목이 메여 헛웃음을 웃었다.
먹고 놀고 돌아오는 길
얘기하며 함께 가자는
기희 씨 말에 따라 함께 걸었다.
마침내 나는 힘이 들어
4호선을 타고 우리 동네까지
곧바로 오고 싶었다.
하지만 헤어지기가 싫었던 준임 씨까지도
정자 씨가 타고 가는 중앙선으로 갈아탔다.
회기역까지 서로 함께 오고
거기서 우린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우리는 딱히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헤어지기 싫어서
함께 하고파서 그랬다.
정을 주체 못하는 만학도 학생들이다.
이 황홀한 봄소풍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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