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검정고시 상록야학
산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고28회 윤 인 숙
등산을 시작한 지 20여 년,
처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워킹부터 시작해
빠른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수락산 깔닥고개를 쉼 없이 올라가다보니
가슴이 터질 것처럼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큰 숨을 한번 고르고 한 단계 올라서본다.
장비 없이 하는 리치를
멋모르고 겁 없이 하다 보니
위험천만한 일, 스릴만점.
점점 바위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암벽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북한산 인수봉에 첫 도전을 하던 날
클라이밍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남편과 함께 일행을 따라 인수봉 바위에 붙어본다.
뭐라 표현해야 하나?
나를 밀어낼 것 같은 거대한 바위,
나를 품에 끌어안을 것 같은 웅장한 바위!
위만 보고 돌출부와 평바위에 몸을 맡긴 채
한 뜸 한 뜸 뜯어가며 올라간다.
밑을 한 번 내려다본다.
‘야휴 무서워!
오금이 저려온다.
왜 왜 올라왔을까?
후회 또 후회.
나로 인해 모든 일행들이 하산할 수도 없고,
내가 왜 암벽을 한다고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도 들고,
남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순 없다.
다시 되짚으며 거친 숨 한번 푸~우
하고 몰아쉬며 올라선다.
순간 바위에서 미끄러진다.
온 몸이 오그라드는 느낌.
가슴이 덜컹! 식은땀이 난다.
정상의 고지가 아직 멀었는데!
장장 6시간 매달려 오르다 보니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다 내 것인 것 같다.
그런데 올라가면 내려가는 게 당연지사인데
오 마이 갓!
군대도 못 가본 내가 자일에 의지하며
하강하기란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눈물이 난다.
인젠 다시는 안할 거란 다짐을 하면서 하강완료.
“하강 완료!”
큰소리로 외쳐대며
다음 대기 일행이 내려오는 것을 보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친다.
이젠 등반 중에 어려웠던 코스가 익숙해지고,
눈에 보이고,
다시 한 번 표현하면
쉽게 올라갈 수 있음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
내가 못 할 게 뭐 있어?
넌 해야 돼.’
나 자신에게 으름장을 한번 놓고
연일 시간만 나면 일행들과 등반을 하다 보니 6년 세월.
그러나 바위를 알게 되니 암벽이 무서워 진다.
‘그만 해야지!
근데 무슨 운동을 다시 할까?’
고민하다가 한국일보 거북이마라톤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래, 이거야! 해보는 거다.’
마음먹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너 마라톤 해볼 거야?
그래 잘 했다. 그러면 오전 7시에 출발이다.
의정부에서는 첫차 타고 나가야 되는데 같이 하자.” 고 한다.
그 계기로 첫 마라톤을 7~8Km 정도,
매월 셋째 주 일요일 거북이 마라톤에 참가해보니
해볼 만한 운동이다.
물론 거의 언덕을 올라가는 수준이라
다리가 떨어지지 않지만
기왕 시작한 만큼 포기하지 않고 완주.
기분이 아주 상쾌하고
흠뻑 젖은 땀이 몸속의 노폐물과 독소가
빠져나온다고 생각되었다.
정말 행복했다.
짧은 거리부터 시작한 게
이젠, 풀코스는 의당히 해야 되는
마약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엔돌핀과 같은 마약이라고나 할까?
혼자만의 도전이지만 그런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나에겐 ‘도전’이 취미생활!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그러기에 그 도전의 정신이
상록야학에서 늦공부와 씨름하며
견디고 한 발 한 발 내딛게 하는 것이다.
끝까지 도전하는 나, 칭찬 한번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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