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일요일
쌀쌀한 날씨 속에 도봉구 창동중학교에서
대입검정고시 시험에서 내 인생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대한 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잠을 설치며 일어나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고
기도실에 들어가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을
학우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형광등 불빛으로 그을린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애벌레의 푸른 꿈을 안고
상록수 큰 나무에 고된 몸 기대며 달빛 벗 삼아
신선한 상아탑 꿈 놀이에 푹 빠져 뜨거운 열정의 밤을
불태우고 녹였던 소중한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하얀 꽃 아름답게 핀 머리 휘날리며
긴 마라톤 끝에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꿈꿔오던 영광된 자리에
앉아있을 모습들을 그려볼 때 가슴이 벅차오른다.
학우들을 응원하기 위하여 발걸음을 시험장으로 재촉했다.
오늘따라 전철도 버스도 느리기만 하다.
똑딱거리는 시계 초 소리에 조급해진 마음으로 빨리 가자
전철아 버스야. 달리고 달려서 다행히 점심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시험 끝마치고 나오는 학우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손을 잡고 또 잡았다.
이른 아침부터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선배님들을 응원하고
맛있게 버무려 준비해온 점심식사를 후배님들과 함께
세상에서 없는 사랑의 밥을 퍼주며 남은 시험 잘 보라고
말해줄 수 있는 내 자신이 흐뭇하고 행복했다.
얼굴 표정들은 제 각각들이다.
갓 스물 넘은 수험생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밖에 없는
검정 고무신 세대들로써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친구가 내 옆에 앉아서 시험이 너무 어려워
실력대로 잘 못 본 것 같다며 풀이 죽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누군가 말을 한다. 우리가 언제 시험에 목숨 걸었더냐.
국 있으면 한 그릇 더하며 맛있게도 먹는다.
오후 시험시간이 되어
새로운 출발의 꿈을 안고 각자 정해진 교실로 들어갔다.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부는 학교 구석진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점심밥을 먹어야만 했지만
응원 나오신 선생님의 배려로 따뜻하고 훈훈한 교실에서
후배님들이 차려준 맛있는 점심을 먹여 시험장으로
들여보내는 제자들 사랑하는 마음을 어찌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움츠리고 묶였던 모든 것에서
기지개를 펴며 훨훨 날아오르는 학우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생님들이 후배님들과 함께 끝까지 남아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응원해주었다.
어느 곳에서 이처럼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을 볼 수 있을까?
여덟 과목 모두 끝마치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손을 흔들며
걸어 나오는 하얀 꽃 머리위에 매화향기 그윽한 붉은 꽃잎이
바람결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살며시 내려앉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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