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隨筆)-검정고시 상록야학
단풍놀이
고 26회 정 순 희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가을 날씨도 축복해준
오늘 시 월 구 일 한글날! 상록야학 백일장이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행운이 나를 찾아와
지하철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수고스러움 없이
선생님 자가용 타고 신나게 달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용산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먹고 사는 데만 얽매어 지내다보니
박물관에 와 본 것이 새삼스럽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감사한 마음을 가슴가득 채운다.
박물관 안에 배치된 아시아관에 들어가
중국, 일본, 인도의 옛 유물들을 둘러보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즐거운 하루를 어떻게 추억으로 담아낼까?
나무 그늘에 걸터앉아 생각을 엮어본다.
앞을 바라보니 등나무그늘이 멋지게 드리워 있고
뻥 뚫린 광장도 있다.
옆을 보니 기와를 이고 비잉 둘러 처진 담장도 있고
둥근 화원에 아직 단풍 들지 않은 푸르름이 머무르고 있다.
이름 모를 새가 꽥꽥 소리치고 노래한다.
참새도 지저귀고 무슨 맹꽁이처럼
꼬옹꼬옹 우는 새소리가 들려온다.
저 멀리서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합쳐져 아우성처럼 들려온다.
우리가 살던 곳
옛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곳만 생각하다가
이렇게 넓은 곳에 오니 아주 좋다.
화장실도 완전 광장이었다.
나의 바쁜 나날에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최고의 날로 만들어
지갑에 넣고 다니다 힘들 때 꺼내 보리라 생각한다.
여기 등나무 아래 모여계신 선생님들
오늘도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미루어 두시고
이 자리에 우리를 위해 오셨다.
이렇게 이끄시고 가르쳐 주시며 도와주시는
저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수고들을
하늘과 땅도 축복 하실 것 같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해달라고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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