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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를 만나던 날-강다향(푸른그루 66)
이름: 고릴라

등록일: 2013-05-17 08:16
조회수: 2623 / 추천수: 583

시(詩) - 교사 (상록야학 검정고시)

너를 만나던 날
전직교사 강 다 향

빼꼼히 노란얼굴을 내밀었다.

봄을 맞이하려는 산수유가

햇살자락 부추기며 채비를 한다.

사라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가을낙엽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살에

온몸을 내던졌나 했더니

깊이 패인 웅덩이에 갖혀 있다가

봄 햇살을 타고 올라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일렁 일렁거린다.

움틀거리며 뿜어대는 봄기운의 열기에

겨우내 꽁꽁 묶여있던 대지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해실해실 몸을 풀어헤치더니

온 산하에 참았던 욕정을

흘려놓았다.

질투에 눈 멀은 동장군이

제자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칼바람을 일으키며 포악을 부리더니

밧줄하나에 대롱대롱 온 몸을 내어 맡긴 내게

기어이 생체기를 내었다.

깎아지른 대야산 정상에 서있는 내게

동장군이 쓰러졌다고

봄바람이 지나가며

댕그랑 댕그랑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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