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내리고 바람 부니!
새벽
고 26회 유 은 자
어릴 적 나는 곧잘 혼자 일출을 보고자
아침 이슬을 털며 뒷산에 오르곤 했었다.
그때 내 눈에 보이는 온 세상은
고요한 가운데 일찍 일어난
산새들만이 울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골짜기를 떠돌고
먼 산들도 젖은 채 아득한 발아래 어스름한 새벽,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그 맑음은
영혼이 저 혼자도 맑은
그 맑음만큼이나 향기로웠다.
해 떠오르려 주위는 점점 밝아지며
솔내음 풀내음이 이슬에 젖음으로
내 몸이 산 자체가 된 듯 할쯤에
산을 내려 왔다.
그 시절엔 무슨 생각으로 그리하였던 것일까.
기독교 신자였던 나는
명상이라든가 도라든가 하는 것을
알아 고요히 앉아 사유할 일도 없었을 터인데
세월은 구름처럼 가고
아침과 저녁이
그냥 멈추어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그때는 아무 닦음 없이도
현자(賢者)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고 감이 없이
고적한 시골 생활을 하고 있던 그 때
어느 때는 아무리 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지면 가르침 없이도
저 스스로 맑아지던
어린 시절의 새벽을 생각한다.
울울창창한 솔밭 떡갈나무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이슬에 젖어
옷자락을 적시게 하던 수풀을 걸어
산을 내려오노라면
이쁜 해가 잔잔한 구름 바다 위로
솟아 오르던
고적한 날들의 새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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