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배희선
1. 어머니의 발병과 학업의 시작
손님들의 머리를 만져주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나는 늘 행복했다.
헐클어지고 다듬어지지않은 모습으로 나를 찾아온 손님들이
컷을 하고 펌을 하기도 하고 드라이를 하고 거울을 보며 흡족한 모습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
나는 그 손님보다도 더 행복했다.
초등학교를 중곡동에서 다녔다.
한창 중곡동이 개발되던 때였다.
처음에는 5~60명 되던 학생들이 자꾸 전학오는 학생들 때문에
교실을 열심히 짓고는 있었지만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학생들의 증가를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교실확보가 충분하지않아
의자에 다 앉지도 못하고 통로에까지 앉아서 콩나물시루같은 수업을 해야했다.
꽉 찬 콩나물이 되어 수업을 받다보니
정작 졸업을 할 때에는 반 친구들의 얼굴을 다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학생수가 불어서 졸업생들 간에 우정이 별로 없었다.
사회의 어떤 친구들은 초등학교 동창회를 재미있게 한다고 자랑도 하던데,
우리만 학교에 애정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그런데 연말쯤 되면
“동창회에 가는데 예쁘게 해주세요!”
하면 나는 속으로 반갑지가 않았다.
우리 초등학교 동창들은 동창회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동창회에 간다고 예쁘게 해주세요하면,
“네, 좋으시겠어요.”
하면서도 질투가 나곤 했었다.
‘언제 나도 공부를 하고 동창회를 해보나!’하며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뇌동맥지주혈 파열로 쓰러지셨다.
어머니 속을 많이 썩인 나는 ‘어머니께 효도할 기회를 주시는구나.’하고 간호를 위해 가게를 접었다.
두어 달 나의 간호와 어머니의 끈질긴 노력으로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으셨고,
난 평소에 봐 두었던 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4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나에게 건강을 주신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나 자신에게도 감사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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