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산 별 곡
윤상옥
1. 7월 20일 토요일
부엉이 울어대는 봉평 무이리 산 속 펜션, 오늘은 화창한 날이다.
녹음 푸른 산 속에 엉겅퀴의 꽃이 예쁘게 피었다.
진한 자주색이 곱기도 하다.
벌과 나비도 앉아서 나풀나풀 춤을 추고 돌아다닌다.
봄에는 푸른 잎에 가시를 달고
뾰족뾰족 올라오면 연한 순 잘라 삶아서 나물을 먹기도 한다.
여름에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핀다.
꽃은 오래 간다.
그러다 고고한 자세를 유지하던 그 꽃도 날이 가면서 지고 있다.
7월 00일
부엉이 울어대는 봉평 무이리 산 속
싸리 꽃도 곱게 피어 한껏 뽐낸다.
빨갛게 익은 나무딸기 한 바구니 따서
맛보고 먹다가 못 다 먹고 설탕을 넣고 끓여서 먹으니
씨만 오도독오도독 씹힌다.
그런데 맛은 쌉싸름 하나 새콤달콤 달기도 하다.
혼자서 먹으니 별 재미는 없다.
오늘따라 친구가 그립다.
보고도 싶고 그 친구들도 잘 지내고 있겠지!
햇볕은 따가운데 바람은 시원하다.
서울은 많이 덥다는데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아무도 소식이 없네.
아아! 시원한 바람 혼자서 즐기기는 참으로 아깝다.
“거기 누구 없소?”
아무도 답이 없다. 메아리만 돌아온다.
오늘도 하루해가 저문다.
내일도 상쾌한 아침이 오겠지.
꿈에서는 친구를 만날까?
깊은 잠에나 빠져본다.
8월 00일
부엉이 울어대는 봉평 무이리 산 속
펜션에는 오늘도 세 팀이 놀러 왔다.
까마귀도 신나서 까악까악 떼지어 날아다니고
이름 모를 조그만 새들도 온 가족이 소풍 나와 재잘대면서 잘도 지낸다.
무슨 재미나는 이야기를 할까 궁금 하다.
새들도 종자가 참 많다.
곰취가 귀하고 향도 좋아서
산속을 찾아 헤매다가 곰취 모여 사는 데를 발견하여
거기서 몇 포기만 캐다가 밭에 심어 놓았다.
한 달 전엔 천마 두 뿌리를 발견하였다.
씨를 받으려고 며칠에 한 번씩 확인을 하고
꽃이 피고 씨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
어느 날 가서 씨를 따보니 가루만 나오고 씨는 없다.
뿌리는 다 썩고 결국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천마가 귀하다고 하더니 송두리째 사라지고 또 하루가 저문다.
너무도 캄캄한 밤이다.
새고 나면 밝은 해가 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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