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이 은 숙
기차를 타고 달려 조그만 간이역에 내리면
그리움으로 만나는 고향이 있다.
간간이 하루에 서너 번 완행열차가 서는 곳,
지루함으로 긴 하품을 하며 졸린 눈을 깜빡일 때쯤
검은 제복에 빨간 깃발을 든 역장이 종종걸음으로 선로 앞에 선다.
부연 안개를 뚫고 다가서는 완행열차엔
늘 낯익은 얼굴들이 오가는데 때론 낯선 이방인이 기웃거리며 다가든다.
간이역 작은 뜰에 제 몸을 불사르듯 빨갛게 흐드러진
사루비아 꽃을 닮은 이방인은 역장에게 길을 묻는다.
이방인이 총총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애틋함, 또 다시 간이역엔 긴 침묵이 흐른다.
아직도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은
조금은 뒤쳐진 간이역에 작은 여유와 땀과 정성과 느림의 미학이 있다.
조그만 간이역 그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조가비를 엎어놓은 것 같은 초가집 작은 마을이 보인다.
소나무향이 짙은 언덕에 서서
서울 간 자식을 기다리며 밤을 새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간엔 자식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정성을 드리던 우리의 어머니가 사시는 곳.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자식을 반길 것 같은
그리움이 작은 간이역엔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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