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24회 이 희 구
대학에 다니는 장남의 병이 다시 재발하였다.
병명은 ‘크롬’생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명이다.
금호동 삼성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던 중
오후 4시경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큰아들 광복이 서울대병원 응급실 입원” 이라고 적혀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하느님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부처님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간절히 애원하오며
내 몸과 아들 몸과 바꿀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겠습니다.”
속으로 하늘도 원망하였다.
‘왜 나에게 아니, 아들에게 큰 시련을 주는 걸까?’
신들이 미웠다.
병원 응급실 복도에서 초췌한 몰골의 모자지간
나를 반기며 아내는 나를 곧바로 식당으로 안내한다.
응급실에 환자가 만원이라
그야말로 전쟁터같이 아수라장이다.
피고름냄새가 역겨운 곳에
삶과 죽음이 한눈에 보이고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어 하루하루
숨 쉬는 것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보! 기운 내.”
하며 아내의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여 주고
“힘들지? 밥 먹고 집에서 쉬어요.
오늘은 내가 병원에 있을게.”
하였더니 돈부터 걱정하는 게 아닌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가슴속에 눈물이 고인다.
심장의 핏줄이 터지는 것 같다.
서울대병원생활 11일간 하고 퇴원하였다.
오늘은 큰 녀석, 작은 녀석 데리고 성당을 찾았다.
큰 녀석 살아남에 감사기도 드리고,
작은 녀석 수능이18일!
며칠 남지 않아 신부님께 안수기도를 받고 나니
큰아들 녀석의 마음에 위로의 느낌이 있는지
편하게 미소를 보인다.
이뻤다.
집에 오면서 재래시장을 거쳐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라 했더니
팥죽냄새를 맡으며 팥죽이 먹고 싶다고 한다.
팥죽을 사들고 정육점을 지나는데 선지통을 보더니,
“아버지, 선지해장국 끓여 주세요.
아버지가 끓여주시는 게 제일 맛있어요.”
하는 게 아닌가!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 거 다 해줄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속마음으로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글둥지문학회 야학에서 모임이 있는 날!
하늘도 높고 푸르고 두 아들과 성당에서 인사드리고
재래시장 한 바퀴 돌고 어서 맛있게 선지해장국 끓이고
글둥지모임에 가야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나의 애마 자전거야! 얼른 달리자.
글둥지 선생님과 친구들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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