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윤 인 숙
들판에 고개 숙인 황금색의 벼들과
소국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일렁이는 화창한 가을하늘.
오늘도 여지없이 잠을 뒤척이며 눈을 떠본다.
올해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는 이야길 듣고
나의 분신 이쁜 딸이 쾌히 바쁜 스케줄을 제쳐두고 함께 동행한다.
“이~야!”
공지천에 도착하니 수많은 달리미들이
속속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참가신청을 해놓고 집안에
우환으로 연습량이 90Km에 불과하다.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앞선다.
까짓거, 나의 인내와 끈기로
저 아름다운 건각들 속에 내 몸을 섞어본다.
코메디언 김동성의 맛깔스런 카운트다운과 함께
앞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으며 시계를 맞춰본다.
땅을 박차고 바람을 차며 달리는
달리미들의 근육질이 너무 아름답다.
기필코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말리라!
내 자신과 가족, 친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멈추지 않고 24Km통과, 목줄기 타고 내리는 땀에 뒤범벅.
고은 화장을 한 얼굴에 손을 대보니 버석거리는 소금기,
나의 다져진 장단지엔 근육이 뭉쳐온다.
‘어어~ 이런!’ 경련과 쥐가 난다.
주로의 난간을 잡고 25Km부터 킬로킬로 통과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며 한발씩 한발씩 다시 내딛는다.
나름대로의 구령을 스스로 외치며
39Km를 통과할 즈음 주로에서 우리 예쁜 딸이
“엄마!”
하며 시원한 얼음물을 건넨다.
단숨에 벌컥벌컥!
“엄마 다 왔어요. 얼마 안 남았어요. 대단하셔요!”
라는 예쁜 딸의 말에 힘을 얻어 좀 더 힘을 내본다.
지금까지 달려온 마의 30Km지점부터 온몸이 분해되는 느낌,
거친 호흡, 가슴 터질 듯한 잔숨을 고르며
나의 기백과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49.195 출발선에 섰다가
사십구점 일구오 골인지점에 발자국을 찍었다.
“골인!”
나만의 외침이 춘천골 공지천에 메아리친다.
호반의 도시 춘천! 언제 달려 봐도
매력덩어리인 춘천마라톤대회 완주
10번의 영화필림 같은 과정은 기억이 되고,
다시 내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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